한반도 전역서 잘 자라는데…한국인들은 존재조차 잘 모르는 대표적 ‘채소’
2025-04-19 21:47
add remove print link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신비의 채소
한반도 전역에서 잘 자라지만, 정작 한국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채소가 있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이 식물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약용과 향신료로 활용돼 왔고, 지금도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등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쓰이는 중요한 식재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채소로 남아 있다.
펜넬은 최대 2m까지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지중해가 원산지다. 그러나 한반도 전역, 특히 따뜻하고 습한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서는 아주 잘 자란다. 습도와 배수, 일조량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재배할 수 있을 만큼 까다롭지 않다. 7월이면 노란 꽃이 피고, 특유의 진한 향을 풍긴다. 하지만 이 향이 낯선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호불호가 뚜렷하다.
펜넬의 모든 부위는 식용 가능하다. 구근 부분은 양파처럼 생겨 생으로 먹거나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줄기와 잎은 샐러드나 생선요리에 허브처럼 쓰인다. 특히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탁월해 지중해 지역에서는 생선요리의 단짝으로 불릴 정도다. 펜넬 잎은 데치거나 말려서 국물 요리에 향을 더하는 용도로도 많이 쓰이고, 씨앗은 향신료로서 가치가 높다. 씨앗에는 아네톨과 펜촌 성분이 들어 있어 아니스나 팔각처럼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향을 낸다. 이 성분은 소화를 돕고 입안을 정리하는 데 효과가 있어, 인도에서는 식후 입가심용으로 회향씨앗을 먹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서양에서는 펜넬이 매우 보편적인 식재료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펜넬 잎이 들어간 샐러드나 수프, 생선찜 요리가 흔하고, 프랑스에서는 펜넬이 들어간 술도 제작된다. 심지어 고대 신화에도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줄 때 펜넬 줄기 속에 불씨를 담았다는 신화는, 이 식물이 단순한 채소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서는 펜넬이 ‘산미나리’ 등으로도 불리며 한약재나 허브차로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식재료로서의 활용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유의 향이 익숙지 않아 대중적 요리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고, 일반 마트에서는 구하기도 어렵다. 다만 최근에는 백화점 프리미엄 매장이나 온라인 채소 전문 쇼핑몰 등을 통해 ‘프레쉬 펜넬’이란 이름으로 조금씩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재배도 점차 늘고 있다.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에서는 펜넬을 소규모로 시험 재배하거나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4개월 만에 수확이 가능하고, 다양한 부위를 쓸 수 있어 소득 작물로서도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소비자 인식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펜넬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채소’에 가깝다. 향이 강하고 생김새도 낯설어 일반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넬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향신료로서 가치뿐 아니라, 소화 촉진, 기침 완화, 다이어트 효과 등 약리적 효능이 풍부해 기능성 식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또한 채소 소비 다양성 측면에서도 한국 식탁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