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괴롭히겠다”던 차두리…자존심 ‘확’ 구길 소식 결국 전해졌다
2025-04-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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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속 숨겨진 라이벌의 이야기
“최선을 다해 괴롭히겠다”고 당차게 말했던 차두리 감독이 결국 마음 속 최고의 라이벌 수원 삼성 앞에서 자존심을 구겼다.

19일 2025 하나은행 K리그2 8라운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화성FC와 수원 삼성의 맞대결은 홈팀 수원의 3-1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수원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내며 5경기 무패를 이어갔고, 승점 14점을 기록하며 4위로 도약했다. 반면 차 감독이 이끄는 화성FC는 1승 3무 4패로 리그 12위에 머물렀고, 13위 안산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생겼다.
이날 경기는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수원 삼성 vs 차두리’라는 상징성으로도 주목받았다. 선수 시절 FC서울 소속으로 수원을 상대로 날카로운 경기력과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슈퍼매치의 아이콘’이었던 차두리가, 이제는 감독으로서 빅버드를 처음 찾은 날이었다. 그가 경기 전 미디어 데이에서 “체급 차는 있지만 가진 자원으로 수원을 최선을 다해 괴롭혀보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경기 결과는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수원은 전반 28분 일류첸코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35분 브루노 실바, 46분 세라핌의 연속 득점으로 전반을 3-0으로 마쳤다. 빠르고 간결한 전개, 외인 공격수들의 결정력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후반 13분 화성 박준서가 만회골을 넣었으나 이미 승부는 기울어 있었다. 화성은 전반 수원의 좌우 측면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중원 장악에 실패했고, 세트피스 수비에서도 조직력의 허점을 드러냈다. 후반에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수원이 이길 자격이 있었다. 외국인 공격수의 스피드를 의식했지만, 어린 선수들이 경기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래도 후반엔 용기 있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 패배를 계기로 연패를 끊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의 패배는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이었다. 차 감독에게 수원 삼성은 특별한 존재다. 2013년 K리그 복귀 후 서울 유니폼을 입고 극강의 라이벌 팀인 수원을 상대로 골과 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슈퍼매치마다 전투적인 태도와 거친 몸싸움, 도발적인 세리머니로 수원 팬들에게는 ‘천적’ 같은 존재였다. 특히 그의 은퇴 경기도 수원과의 대결인 슈퍼매치였다.
더불어 그의 부친 차범근 감독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수원 삼성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부자는 나란히 수원과 깊은 인연을 가진 셈이지만, 차 감독은 ‘서울의 피’가 흐른 인물로서 늘 수원과는 첨예한 적대 관계를 형성해왔다. 차 감독의 “파란색만 보면 피가 끓는다”는 레전드 발언은 양팀의 수많은 팬들 기억에 남아 있다.
이런 차 감독이 선수가 아닌 지도자가 돼 빅버드를 다시 찾았고, 수원은 그에게 자비 없는 패배를 안겼다. 경기가 끝난 뒤 수원 팬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차 감독에게 야유보단 박수를 보냈고, 그 또한 고개를 숙인 채 홈 벤치를 빠져나갔다.
한편 수원은 이날 경기로 또 하나의 자신감을 챙겼다. 최근 리그에서 전남, 경남을 연파한 데 이어 이번엔 화성까지 잡으며 연승 흐름을 이어갔다. 시즌 초반 인천과 서울 이랜드에 연패를 허용하며 흔들렸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주중 코리아컵 탈락의 아쉬움을 리그 성적으로 보상받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