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의 한 맺힌 역사…일본서 시작됐는데 현지인들은 없어서 못 먹는 음식

2025-04-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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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못 먹는다며 버린 음식을 요리해 먹은 한국인들

'호루몬', 곱창은 재일 한국인들의 한 맺힌 삶과 역사가 있는 오사카에서 시작됐다. 실제 오사카시의 동남부에 위치한 이쿠노구는 재일 교포 최대 밀집 지역이다. 해당 지역에 있는 쯔루하시 시장에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재일 교포 상인들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고향이 제주, 부산 등인 이들은 일본 음식뿐만 아니라 김치, 젓갈 등 한국 음식도 많이 팔고 있다.

일본의 길거리 / Malcolm Fairman-shutterstock.com
일본의 길거리 / Malcolm Fairman-shutterstock.com

일제의 갖은 수탈로 조선에서 희망을 볼 수 없어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인들에게 먹을 것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한국인들이 먹었던 건 곱창이었다. 한국인들은 곱창구이, 일명 '호루몬야끼'를 주식으로 먹었다. 일본인들이 먹지 않고 버렸던 소의 내장을 구워서 먹었던 것이다.

세이비대학교 제주연구회 신재경 교수에 따르면 일본말로 '호루'는 '버리다'는 뜻이고 '모노'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즉 '버리는 물건'이라는 뜻인 것이다. 곱창이 '호루몬'으로 불린 배경에는 일본인들에게는 버리는 물건이었는데 재일 교포가 가져와 상품화해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호루몬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한국의 대창이나 곱창을 먹으면 몸의 내부에 있는 호르몬의 균형이 좋아져서 '호루몬'이라는 설이 있다.

곱창구이 / photohwan-shutterstock.com
곱창구이 / photohwan-shutterstock.com

그런데 정작 곱창의 역사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현재 한국에서처럼 맛있는 곱창을 먹을 수 없다.

일본에서 곱창을 요리하는 방식은 한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곱창 요리는 곱창 안에 있는 곱과 내장 지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굽거나 볶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일본의 곱창 식당에서는 곱창을 손질할 때 안과 겉을 뒤집어서 지방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한 뒤 조리한다. 이는 단순한 요리법의 차이뿐 아니라 일본의 법적 규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에서는 내장류를 식용으로 판매하거나 요리할 때 매우 엄격한 식품위생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소나 돼지의 내장 중에서도 곱창, 즉 소의 소장 부위는 병원성 미생물의 서식 위험이 높은 부위로 분류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소나 돼지의 내장을 식재료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정해진 방식으로 세척, 가열, 손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장의 안쪽, 즉 점막층에 해당하는 부분은 병원성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어 일본의 식품위생법에 따라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일본 내의 곱창 식당들은 곱창을 손질할 때 반드시 내장을 뒤집은 뒤 겉면을 충분히 세척하고 가열 처리한 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요리한다. 이렇게 되면 곱창의 안쪽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며 지방이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는 구조가 된다. 일본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르몬야키' 메뉴의 곱창도 이런 방식으로 조리된다. 외형적으로는 한국의 곱창과 완전히 다르며 곱이 안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고소한 맛도 다소 약하다.

유튜브, 오사카에사는사람들TV

실제로 유튜브 '오사카에사는사람들TV'에서 마츠다는 한국의 곱창을 먹고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감탄하며 맛있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는 곱창의 역사를 언급하며 "야키니쿠라는 문화 자체를 갖다 만든 게 대한민국 사람들인데 그런 것들을 보면 뭔지 모르게 되게 뿌듯하기도 하면서 그 애환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세대니까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뭔가 '훅' 온다"라고 말했다.

또 유튜브 '어썸코리아 Awsome Korea'에서는 일본인 셰프들이 한국의 곱창 식당에 방문해 "이건(한국식 곱창은) 일본에서 먹을 수 없지 않으냐. 일본에선 불법이라, 이 귀한걸..."라며 "대창은 일본에선 흔히 먹을 수 없다. 먹으려고 해도 비싸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곱창을 먹으며 "쫄깃함과 탄력이 있다. 잡내도 없다"라며 우는 시늉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일본 내 법령에 따라 내장의 점막층과 곱이 포함된 부분을 그대로 요리하거나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이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은 2012년부터 소의 간이나 생고기 제공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강화했고 이 규제는 곱창 같은 내장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만약 한국처럼 곱창을 안쪽 곱이 그대로 남은 채로 구워 제공할 경우 위생 기준 위반으로 식당은 영업정지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일부 식당에서 한국식 곱창을 그대로 제공했다가 행정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곱창의 곱 자체를 식용 부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지방과 점막이 혼합된 곱은 일본 식품안전 기준에서 오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며 이로 인해 곱이 포함된 채로 제공되는 음식은 '비가열 섭취용 위험 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런 분류는 식재료 유통과 요리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일본 내에서 판매되는 곱창은 반드시 정해진 위생 절차를 거쳐야만 유통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한국식 곱창 구이 / cherrydonut-shutterstock.com
한국식 곱창 구이 / cherrydonut-shutterstock.com

결과적으로 일본 내 곱창 식당은 위생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곱이 남아 있는 곱창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러한 요리 방식은 일본 소비자에게도 익숙해져 있으며 한국처럼 기름진 곱의 맛을 기대하고 곱창을 주문하는 손님은 실망할 수도 있다. 일본에서 곱창을 먹을 때는 겉면이 깨끗하게 손질돼 곱이 없는 상태로 조리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위생 법령은 일본의 식문화에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축산물 유통 전반에서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내장류는 특히 철저한 기준 아래 관리된다. 심지어 일본 내 일부 식당에서는 곱창을 공급받기 위해 수입한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일본 정부의 수입식품 검사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곱이 남아 있는 곱창은 검사 단계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곱창을 다루는 방식은 법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매우 다르다. 일본에서 한국식 곱창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위생과 안전을 중시하는 일본의 식문화가 이를 지탱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곱창 식당에서는 내장을 뒤집고 곱을 제거한 상태로 조리하는 방식이 현재도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조리법은 일본 내 법적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일본인의 기호에도 부합되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유튜브, KOREAN DIASPORA KBS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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