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음식인 줄 알았는데..140년 전 중국에서 건너온 겨울 길거리 음식

겨울이면 한국의 길거리에서 사 먹는 재미가 있는 간식이 있다.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K-푸드로 불리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한국 전통 음식인 줄 알았던 이 음식이 사실은 140여 년 전 중국에서 건너온 음식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어떻게 된 일인지 파헤쳐보자.

추운 겨울 특유의 달콤함과 따뜻함으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호떡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다. 매서운 칼바람에 손끝과 귀의 감각이 마비된 뒤에도 호떡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만큼은 추위를 잊을 만큼 가치 있는 시간이다.

안에 들어가는 것도 밀가루, 찹쌀가루, 설탕, 계핏가루, 식용유 등으로 간단한데 맛은 재료를 초월하는 짜릿함을 가져다준다. 추위와 맞바꾼 맛이라고 봐도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 호떡은 사실 한국 전통 음식이 아니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청나라에서는 조선에 3000여 명의 병사를 파견하고 자국의 상권 확보를 위해 상인들도 함께 건너왔다. 이들은 청나라가 무너진 뒤 귀국하지 않고 남게 되는데 자금이 있는 이들은 청요릿집을, 자금이 없는 이들은 호떡집을 운영했다. 이후 1910년대 우리나라에 호떡집이 우후죽순 생겨난다. 이 때문에 어떤 이들은 청나라 사람, 즉 호인胡人들이 팔던 떡에서 호떡의 어원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민간어원설에 불과하다.

호떡의 역사는 기원전 2세기 실크로드의 개척과도 연결된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 도자기 등이 서역에 소개되는 동시에 문화도 중국에 소개됐다. ‘호풍胡風’이라 부를 정도로 서역의 이국 문화가 유행하면서 이때 들어온 음식 중 호떡[胡餠]이 있었다. 즉 호떡의 '호'는 청나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아랍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 후기에 백과사전식 지식을 담은 《송남잡지 松南雜識》 호떡에도 언급됐다. 이 사전에는 당나라 현종이 호떡을 먹었다는 말과 함께 호떡을 호인胡人들이 먹은 떡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따라서 호떡의 '호'는 중앙아시아와 아랍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호떡이 갑자기 유행한 것은 1920년대부터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대형 건설 현장이 늘면서 쿠리苦力라고 부르는 중국 노동자들이 대거 건너왔다. 가난한 이들에게 호떡은 먹기 쉬우면서 값싼 대용식이었다. 중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호떡집도 대거 늘었다. 당시 1926년 신문 기사에는 서울서대문경찰서 관할에 소재한 900명의 청나라 사람 중 100명이 호떡집을 운영한다고 기재돼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당시 호떡집은 지금의 호떡과 다르다. 지금처럼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지지는 것이 아니라 화덕에 구워 내는 방식이었다. 이런 조리 방식은 1970년대 식용유의 등장 이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호떡은 당나라 역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기원이 오래됐다. 우리나라에서 호떡이 대중화된 것은 1920년대 청나라인에 의해 시작됐으니 지금의 모습과 조금 달랐다. 현재는 각 지역에서 호떡 속을 설탕 외에도 채소나 당면, 씨앗 등을 넣어 다양하게 채우고 있다. 반죽 역시 밀가루뿐만 아니라 찹쌀이나 쌀가루, 녹차 가루 등을 이용해 맛과 식감에 변화를 주며 진정한 한국 음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재밌게도 호떡이 K-푸드로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일본에서는 한국식 호떡이 '훗토쿠'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편의점 등에서 팔리고 있으며 1개 가격이 약 300~350엔이다. 한국 돈으로는 2700~3200원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싱가포르에서도 아이스크림 호떡, 치즈와 고추장을 넣은 호떡, 빙수 위에 호떡을 토핑으로 올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호떡을 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