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바람난 여자를 1층으로 불러주면 10만원 드릴게요”
2025-04-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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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 올라온 이색 구인공고에 누리꾼들 들썩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의 아르바이트 게시판에 지난 17일 올라온 한 공고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공고 제목은 ‘남편 회사에 가서 불륜녀 불러주실 분’.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제목의 공고였다.
‘심부름/소일거리’ 카테고리에 등록된 공고에 적힌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 광화문 근처에 있는 한 회사의 내부에 들어가 제 남편과 바람이 난 여비서를 1층 로비로 불러주는 일입니다. 1층에는 제가 있을 거예요. 당당히 회사에 들어가서 그 여성을 불러만 주시면 됩니다. 30대 여성분만 지원해주십시오.”
글쓴이는 일당 10만 원을 당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 약속했다. 업무 시간은 지원자와 협의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공고는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내용으로 순식간에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누리꾼들은 이례적인 아르바이트에 대해 열띤 반응을 쏟아냈다. “꽃 배달 왔다고 로비로 나오라고 하면 되지 않나?”, “내가 하고 싶다!”, “돈 안 줘도 할 수 있다”, “스토리가 너무 흥미롭다. 휴가 내고 구경 가고 싶다”, “차비만 줘도 하겠다”, “10만 원 내고서라도 현장에 가보고 싶다”, “돈 안 줘도 지원하고 싶다. 구경만 시켜줘!”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일당보다 스토리가 더 끌린다”며 드라마 소재 같은 공고 내용에 푹 빠졌다.
뜨거운 반응 속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 될까 봐 못 하겠다”, “회사 무단침입 아니냐”, “잘못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등의 신중한 의견들이 나왔다.
실제로 이 아르바이트가 단순한 장난이나 복수극으로 끝나지 않고, 심각한 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선 회사 내부로 무단히 들어가는 행위는 불법 침입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건조물침입)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건조물에 침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는 법적으로 허용된 사유,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나 방문 허가를 받은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공고는 아무런 사전 허가 없이 제3자가 회사 내부로 들어가 특정인을 호출하는 행위를 요구하고 있다. 무단침입으로 간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불륜녀를 불러낸 행위가 회사 업무에 방해를 초래한다면 형법 제234조(업무방해죄)에 따라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업무방해죄는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물리적·심리적 방해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정인을 로비로 불러내는 과정에서 회사 내 소란이 발생하거나, 직원들의 정상적인 업무가 중단된다면 업무방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명예훼손이다. 공고에서 특정인을 ‘남편과 바람난 여비서’로 지목하며 공개적으로 호출하는 행위는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에 저촉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공공연히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한다. 사실 적시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 적시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불륜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하며,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이를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사적으로도 문제는 심각하다. 불륜 사실을 공표당한 당사자는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배상 책임을 진다. 특히 특정인을 불륜녀로 낙인찍는 행위는 사회적 평판 하락과 심리적 고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에 상당한 금액의 위자료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수행하는 지원자도 법적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공고를 작성한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 특정인을 호출한 지원자 역시 무단침입, 업무방해, 명예훼손의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따르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자는 모두 정범으로 처벌받는다. 즉 지원자가 “나는 돈 받고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해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조계는 해당 공고가 단순한 개인적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다수의 법적 금지선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불륜 사실을 밝히고 싶다면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야지 공개적인 망신 주기를 시도하면 오히려 고소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사적인 감정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면 법적,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