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서 멸종된 거 아녔어?…아파트 단지에 갑자기 나타난 뜻밖의 '동물'

2025-04-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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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멸종위기종

한때 한반도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특별 보호를 받고 있는 동물이 도심 한복판에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재구성한 자료사진.

경기도 고양시 지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됐다는 이 동물은 바로 다름 아닌 '여우'다.

지난 15일 고양신문에 따르면 한 주민은 여우 한 마리가 아파트 화단을 배회하거나 풀숲에 몸을 낮춘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알려왔다.

여우는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1호다. 이번 사례처럼 도심 주거지역에서 여우가 목격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고양신문에 따르면 고양소방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출동했지만 여우가 야산으로 도주해 포획하지 못했다"며 "이 지역에서 여우 관련 신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사진 속 여우의 정확한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붉은여우로 추정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붉은여우는 날렵한 주둥이, 삼각형 귀, 붉은 빛의 황갈색 털, 하얀 배와 목, 검은 다리와 귀, 길고 북슬북슬한 꼬리 등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에 촬영된 개체는 이러한 붉은여우 외형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자료사진. 붉은여우 남매 '동이'(왼쪽. 수컷)와 '희망이'(오른쪽) / 서울시설공단 제공
자료사진. 붉은여우 남매 '동이'(왼쪽. 수컷)와 '희망이'(오른쪽) / 서울시설공단 제공

붉은여우는 전 세계 북반구 전역에 널리 분포하는 종으로, 국내에는 '한국여우'라는 토종 아종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쉽게 관찰됐지만 1970년대 이후 쥐약 중독, 밀렵, 서식지 파괴 등의 이유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1980년대 이후로는 남한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도심에서의 갑작스런 출현은 시민들에게 더 큰 놀라움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0년부터 한국여우 복원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립공원공단과 환경부는 서울대공원 등에서 인공 증식한 여우를 경북 소백산 일대에 방사하고, 자연 번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늘려왔다. 2016년에는 자연 번식에도 성공하며 야생 정착 가능성을 입증했고, 2024년 기준 약 120마리 정도가 소백산과 충청, 전라 지역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붉은여우 남매 '동이'(왼쪽. 수컷)와 '희망이'(오른쪽). / 서울시설공단 제공
자료사진.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붉은여우 남매 '동이'(왼쪽. 수컷)와 '희망이'(오른쪽). / 서울시설공단 제공

여우는 주로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먹이는 작은 포유류, 조류, 곤충, 과일 등으로 구성된 잡식성이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생존 본능이 강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도심과 인접한 지역에서 발견된 경우엔 서식지 이탈이나 개체 분산 등 생태적 변화가 일어난 신호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사례처럼 여우가 주거지 인근에 나타났을 경우, 접근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위는 금물이다. 여우는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은 감염병이나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발견 즉시 해당 지자체 환경과 또는 환경부 콜센터(110), 국립공원공단 등에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설화와 민담 속에 자주 등장할 만큼 한때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했던 여우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반가움과 동시에 인간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도심 출몰은 생태계 변화의 징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

유튜브, Animal village 애니멀빌리지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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