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삼킨다더니…오히려 ‘멸종 위기’로 보호받고 있는 거대 해양 생물
2025-04-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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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별명까지 붙었지만… 알고 보면 생태계 수호자
최근 온라인에서 ‘식인 조개’라는 이름의 해양 생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입을 벌린 듯한 독특한 외형, 화려한 내부 조직, 거대한 몸집과 입 모양이 마치 사람을 집어삼킬 것처럼 생겨 '식인 조개'라는 오해가 붙었지만 오히려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 정체불명의 조개는 다름 아닌 대왕조개다. ‘거거’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해당 조개는 실재하는 해양 생물로 전설이나 괴담이 아닌 자연 속 실존 생명체다.
■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개

대왕조개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개다. 길이 1미터 이상, 무게는 기본 200킬로그램이 넘는다. 주로 따뜻한 바다의 산호초 지대에서 서식하며 햇빛이 잘 드는 얕은 바다 바닥에 평생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한 번 정착한 후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겉껍데기인 패각은 부채꼴 형태로 자라며 굵은 늑골이 발달해 옆에서 보면 마치 파도처럼 보인다. 껍질을 완전히 닫지 않고 살짝 열린 상태로 살아가며 외투막을 수면 위로 드러낸 채 내부 수관으로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수명은 100년을 넘는다.
■ 한 번 물리면 탈출 못해?… '식인조개'라 불린 이유

식인 조개라는 별명은 괴담에서 비롯됐다. 잠수부가 대왕조개의 살에 접촉하면 자극에 놀란 조개가 껍데기를 닫고 이때 발이 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무는 힘이 강해 잠수부가 발을 빼지 못한 채 익사했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며 과장됐다.
실제로는 조개가 껍데기를 닫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다이버가 발을 빼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닫히지도 않으며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실제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왕조개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조용하고 온순한 생물이다.
대왕조개는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투막 내부에 공생하는 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조개는 이를 흡수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이 산호초 생태계의 순환을 돕고 다양한 해양 생물의 터전을 유지한다.
대왕조개는 과거 일부 지역에서 식용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관자 부위는 전복이나 키조개와 비슷한 식감으로 고급 해산물로 여겨졌다. 크기가 커서 회, 찜,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됐고 한 마리만 있어도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왕조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집, 유통, 섭취 자체가 금지되고 있다.
■ 대왕조개, 먹으면 큰일 난다

대왕조개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협약인 CITES 부속서 II에 포함돼 있다.
이는 상업적 거래가 제한되는 보호종으로, 필리핀, 태국 등 주요 서식국에서는 포획 단속이 강화된 상태다. 허가 없이 채취하거나 판매하면 벌금 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공 양식된 대왕조개도 존재하지만 이 또한 특별한 허가 없이는 유통되지 않는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왕조개’ 중 상당수는 키조개나 큰 홍합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9년 방영된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에서 출연진이 대왕조개를 채취해 먹는 장면이 타자 태국 국립공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식인 조개 거거는 공포와 오해가 얹혀진 별명일 뿐이다. 실제로는 바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용한 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