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만원짜리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를 공개합니다” 중국 공장 폭로

2025-04-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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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자 부착생산업체로 일했다... 원가 200만원”
“14만원짜리 룰루레몬 레깅스의 원가는 8500원”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버킨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가 다음달 1일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5400만원짜리 버킨백의 원가가 200만원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에리크 뒤 알구에 재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인상이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1일부터 가격 인상이 시작되며, 이는 미국이 이달 초 부과한 10% 보편 관세의 여파를 완전히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유럽연합(EU)에 대해 20% 상호관세를 발표했지만, 이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했다. 에르메스는 지금까지 관세 부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실적은 저조한 편이며,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에르메스의 1분기 매출은 41억 3000만 유로(약 6조 6700억원)로, 환율 변동을 감안했을 때 7.2% 증가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41억 4000만 유로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다. 전 분기 18% 증가에 비해서도 증가 폭이 둔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르메스의 가격 인상 계획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무역 긴장 시대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뒤 알구에 부사장은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영향도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르메스가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있어 관세전쟁을 헤쳐나가는 데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이 수요 감소로 고전할 때 에르메스는 고소득층의 꾸준한 소비를 기반으로 실적 회복력을 보여줬다. 반면 프랑스의 또 다른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이번 주 초 예상보다 부진한 분기 매출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고, 프랑스 시가총액 1위 자리도 한때 에르메스에 내줬다.

한편 에르메스 버킨백의 높은 가격 대비 낮은 원가가 최근 중국에서 공개되며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 남부의 한 의류 제조업체 직원이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X와 틱톡에 올린 영상에서 “3만8000달러(약 5400만원)에 판매되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우리 공장에서는 1400달러(약 200만원)에 제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로 가죽 가방을 들고 재료비, 인건비 등 제조 과정별 비용을 상세히 설명하며, 1400달러 원가의 가방에 에르메스 브랜드가 붙으면서 가격이 3만8000달러로 뛰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은 “로고만 없고 에르메스 버킨백과 동일한 품질의 가방이 필요하면 우리에게 구매하라”는 제안으로 끝났다.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장 직원 5000명이 샤넬과 에르메스의 주문자 부착생산업체로 일했지만, 계약이 만료돼 지금은 로고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발 원가 공개는 명품 브랜드의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명품뿐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원가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틱톡 인플루언서는 룰루레몬 레깅스가 시중에서 100달러(약 14만원)에 판매되지만 중국 공장에서는 5~6달러(약 7100~8500원)에 구매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논란을 부추겼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단순한 가방을 넘어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브랜드의 희소성 전략과 장인정신이 가격을 정당화한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원가가 판매가의 4%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가치와 가격의 괴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의 가격 인상 소식이 겹치며, 에르메스가 관세를 핑계로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에르메스 버킨백 / 에르메스 홈페이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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