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국·일본서만 살았는데... 일본선 멸종되고 한국에만 있는 물고기

2025-04-18 15:19

add remove print link

푸른색 형광빛 가시가 매력적인 한국 물고기의 정체

잔가시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잔가시고기 /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한국과 일본에서만 서식했으나 현재는 일본에서 멸종되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민물고기가 있다. 잔가시고기. 푸른 형광빛 가시가 매력적으로 반짝이는 잔가시고기에 대해 알아봤다.

잔가시고기 / 국립수산과학원 유튜브 영상 캡처
잔가시고기 / 국립수산과학원 유튜브 영상 캡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인 잔가시고기는 동그랗고 귀여운 눈, 푸르스름한 빛을 띤 투명한 지느러미, 그리고 싸움이 벌어질 때 화려하게 펼쳐지는 가시를 지닌 민물고기다. 멸치처럼 가늘고 긴 체형에 옆으로 납작한 몸은 평균 5~6cm로 작지만, 등에 7~10개의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가시고기류 중에서도 잔가시고기는 그 이름처럼 ‘가시’가 유난히 작고 섬세하게 돋아난다. 이 가시는 위협이 가해질 때나 영역을 두고 싸울 때 펼쳐진다. 수컷은 산란기에 몸 색이 짙은 무광 블랙 계열로 바뀌고, 가시에서 푸른 형광빛이 도는 특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토속 관상어 잔가시고기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토속 관상어 잔가시고기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잔가시고기는 원래 한국과 일본의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하천의 콘크리트화, 서식지 파괴, 수질 오염으로 인해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는 한국에서만 관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위태롭다. 2018~2020년 사이에 이뤄진 동해안과 낙동강 일대 193개 지점 조사에서 잔가시고기는 고작 39곳에서만 발견됐다. 2007~2017년과 비교하면 서식지가 42.6%나 줄었다. 형산강, 금호강, 태화강, 회야강 등 동해안 남부 하천에서는 개체 수 감소가 특히 두드러졌다. 배스와 같은 외래종 유입, 하천 공사, 가뭄, 수질 오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잔가시고기는 생김새만큼이나 생태도 독특하다. 동해로 흐르는 하천의 중·하류, 유속이 느리거나 정체된 곳, 수생식물이 많은 환경을 선호하며, 주로 작은 수생곤충을 잡아먹는다. 먹이활동은 잦고 예민하다. 깔따구 애벌레 같은 생먹이를 주로 먹는데, 수조에서 키우려면 자주 소량씩 먹이를 주는 게 좋다. 사료에 순치시키는 건 쉽지 않다. 살아 있는 먹이를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성격은 호전적이고 영역 의식이 강하다. 특히 산란기에 수컷들은 더 거칠어진다. 갈대 뿌리나 줄기를 물어뜯어 정성스럽게 둥지를 만들고, 그 둥지로 암컷을 유인해 산란을 유도한다.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이 혼자서 알을 지키고 부화까지 책임지는 헌신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처럼 짧은 생을 타오르듯 살아가며 생존을 이어가는 잔가시고기의 번식 행태는 많은 물고기 애호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국에는 가시고기, 큰가시고기, 잔가시고기 세 종류의 가시고기류가 살고 있는데, 그중 잔가시고기는 지역에 따라 체색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남부 지방 개체들은 푸른빛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산란기의 수컷은 색이 짙고 강렬해지고, 암컷은 개구리처럼 독특한 무늬를 드러내며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관상어로도 인기를 끌게 했지만 사육은 쉽지 않다. 사료 적응도 어렵고 수질 변화에 민감해 수조 환경을 자연 서식지처럼 조성해야 한다. 작은 수조에서도 키울 수는 있지만, 스펀지 여과기, 수생식물, 안정적인 온도 유지 등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일부 마니아는 사육에 성공해 산란과 부화를 관찰하며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여전히 드문 사례다.

잔가시고기의 존재는 단순한 민물고기의 가치를 넘어선다. 이들은 하천 생태계에서 작은 포식자로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고, 수생식물과 공생하며 서식지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종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생태계 전체로 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외래종 배스는 잔가시고기의 알과 치어를 먹으며 개체 수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여기에 가뭄, 하천 정비공사, 골재 채취, 오염된 물줄기까지 겹쳐 이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서식지 복원 사업도 필요하다. 하천 정비공사를 최소화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 물고기가 멸종됐다. 한국에서마저 이들이 사라진다면 푸른 형광빛 가시와 둥글고 귀여운 눈망울을 가진 잔가시고기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된다.

'우리나라 물속 담수어류 이야기(10) 잔가시고기'란 제목으로 국립수산과학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