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가능” ...이라는 말의 함정 – 세종시 기획부동산 사기 실태
2025-04-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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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계획 없는 임야에 투자 유도…지분 쪼개기 수법 활개
SNS·유튜브로 허위 광고 확산…제도적 허점 악용한 사기 판쳐

[세종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최근 세종시와 인근 도시에서 저렴한 토지분양이라는 말에 속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날린 '기획부동산'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잇따르고 있다. 최근 조기 대선과 맞물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분양업자들은 개발 계획조차 없는 임야를 ‘확정지’처럼 포장하고, 허위 분위기를 연출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 광고의 실제 목적은 현재는 임야나 농지에 불과한 토지를 ‘개발 예정지’로 둔갑시켜 파는 것이다. 분양업자들은 “지금은 임야지만, 우리만 아는 정보와 인허가 노하우로 곧 택지로 전환된다”며 “개발되면 수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쓸모없는 땅의 지분’과 ‘연락 두절된 분양사’뿐이었다. 기획부동산이 허위 광고로 개발 기대감을 부풀리며 아무런 개발 계획도 없는 임야를 수배 높은 가격에 분양해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세종시 ○○면 임야에 투자했던 A씨는 “분양업자가 곧 택지로 전환된다고 장담해서 1,200만원에 지분을 샀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농림지였고, 소유자가 무려 47명이나 되는 땅이었다. 팔 수도, 개발도 못 하는 땅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60대 은퇴자 B씨는 “유튜브 광고에서 ‘10년 전 땅 산 사람 다 부자됐다’는 말에 혹해 설명회를 갔고, 분위기에 휘둘려 투자했다가 지금은 분양사 연락조차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 광고에는 “정부기관 유치 확정지 인근”, “공무원 타운 예정지 바로 옆”, “대선 끝나면 대규모 개발 착수 예정” 등의 문구가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고시나 세종시 도시계획 자료 어디에도 해당 지구가 개발 예정지로 포함돼 있다는 내용은 없다. 실제로는 ‘임야’, ‘농림지’로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이거나 ‘계획관리지역’처럼 개발허가가 엄격히 제한된 지역이다.
기획부동산은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한 필지를 수십 명에게 나눠 팔고, 일정이 지나면 “그곳은 다 팔렸다”며 제3의 부지를 다시 소개하는 방식으로 피해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장에는 알바를 동원해 ‘투자 분위기’를 연출하고, 설명회에서는 ‘공무원 친구가 있다’, ‘정부 안건에 내부적으로 들었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다음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www.luris.go.kr)’를 통해 해당 부지의 지목과 용도지역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둘째, 세종시청 도시계획과나 국토교통부 고시를 통해 개발계획 여부를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 셋째,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와 분양사 실체를 확인하고, 지분 분양 방식일 경우는 계약 전 변호사나 전문가 자문을 받는 것이 좋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재 광고에 등장하는 ○○지구는 도시계획상 개발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았고, 개발계획도 없다”며 “민간 분양사들이 확정된 사실처럼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광고”라고 설명했다. 세종시청 도시계획과 담당자도 “해당 지구는 아직 임야로 분류돼 있으며, 어떤 개발 논의도 공식적으로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명백히 허위인 개발 광고가 단속되지 않고 퍼질 수 있는 이유는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은 제한적이며, SNS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은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또한 지분 쪼개기 분양은 현행법상 명확히 금지되어 있지 않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고 있다.
기획부동산 사기의 심각성은 단지 일부 개인의 손해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서민층이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라는 미끼에 속아 생애 자산을 날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큰 수익”이라는 말은 믿는 순간 피해가 시작된다. 고시 없는 개발은 없다. 법적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이나 광고에 기댄 투자는 결국 ‘개발될 것 같은 땅’만 남긴 채, 처분조차 어려운 족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