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본 적 없는 물고기... 제주도에서 포착된 전설의 민물고기 (영상)

검은구굴무치란 물고기가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것은 물론 그 누구도 실제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희귀한 물고기다. 제주도의 전설적인 민물고기 검은구굴무치에 대해 알아봤다.

KBS ‘환경스페셜’은 2021년 3월 25일 ‘섬으로 온 물고기’ 편에서 제주도의 민물고기 생태를 조명했다. 다큐멘터리는 제주 하천의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민물고기들의 생존 전략을 다루며, 그중에서도 검은구굴무치라는 신비로운 존재를 처음으로 영상에 담아 화제가 됐다. 베일에 싸인 검은구글무치를 그렇게 가깝게 영상에 담아낸 건 방송사상 최초였다.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구굴무치는 생물도감에 기록된 이름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서도 이 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검은구굴무치는 척삭동물문(Chordata) 조기강(Actinopterygii) 농어목(Perciformes) 구굴무치과(Eleotridae) 구굴무치속(Eleotris)에 속한다. 제주 하천의 작은 물줄기와 웅덩이에서 발견됐다.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은 바위 틈 사이를 헤엄치는 검은구굴무치를 포착했다. 작고 민첩하며, 바위 뒤에 숨어 있다가 먹이를 향해 기습적으로 돌진하는 행동이 검은구굴무치의 특징이다. 방송은 이들의 격렬한 사냥 방식과 입술에 생긴 상처까지 생생히 보여줬다. 이러한 행동은 검은구굴무치가 제주 하천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

제주 하천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으로, 물이 마르면 바닥이 드러나는 극단적인 환경이다. 이런 곳에서 검은구굴무치는 작은 웅덩이나 바위틈의 물에 의지해 생존한다.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은 1.5km 구간을 걸으며 물고기가 살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못한 웅덩이에서 검은구굴무치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표했다. 이는 이 물고기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놀라운 적응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방송은 검은구굴무치가 제주도에 어떻게 정착하게 됐는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했다. 약 2만 년 전 해수면이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을 때 서해는 중국 대륙과 연결된 육지였다. 당시 강줄기를 따라 이동하던 민물고기들이 바닷물이 차오르며 섬이 된 제주도에 갇히게 됐고, 그중 일부가 검은구굴무치의 조상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독자적으로 진화하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검은구굴무치 외에도 다큐멘터리는 제주 하천의 다른 민물고기들을 소개했다. 은어는 바다에서 민물로 올라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버들치는 건천의 작은 웅덩이에서도 생존하며, 육지의 버들치와는 다른 뚜렷한 줄무늬를 지닌다. 미꾸리도 제주 하천의 독특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이들 모두 제주 하천의 극단적인 수위 변동과 척박한 조건을 이겨내며 수만 년간 대를 이어왔다.

제주 하천의 민물고기들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다큐멘터리는 하천 정비 공사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나고 계곡이 파괴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인공수로로 변한 하천은 물고기와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를 위협한다. 물총새와 같은 조류도 둥지를 잃고 고향을 잃어버린 듯한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검은구굴무치와 같은 희귀 종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은구굴무치의 발견은 제주 하천 생태계의 다양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검은구굴무치의 생태가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