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자 사기꾼' 또 감옥행

2025-04-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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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 또 실형 확정... 다섯 번째 실형

장영자 씨. 2019년 모습이다. / 뉴스1 자료사진
장영자 씨. 2019년 모습이다. / 뉴스1 자료사진

유사 이래 최대 금융 사기 사건의 주인공 장영자(81) 씨가 154억 2000만 원 상당의 위조 수표를 행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또 실형을 받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실형으로, 과거 수감 기간을 합치면 총 34년을 복역하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위조 유가증권 행사 혐의로 기소된 장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장 씨는 2017년 7월 서울 서초구 한 호텔에서 농산물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154억 2000만 원 상당의 위조 수표를 선급금 명목으로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장 씨가 수표의 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점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장 씨가 사건 한 달 전 위조 수표를 현금화하려고 타인에게 건넨 전력이 있는 점을 들어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며 장 씨 상고를 기각했다.

장 씨는 1982년 남편 이철희와 함께 6404억 원 규모의 어음 사기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5년 형기를 남기고 1992년 가석방됐지만, 이후에도 거듭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1994년에는 140억 원 규모 차용 사기 사건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다시 수감됐다가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2000년에는 220억 원대 구권 화폐 사기 사건으로 또 수감됐다.

2015년에는 “고인이 된 남편 명의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기증하려면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인들을 속여 6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고, 2022년 초 만기 출소했다.

장영자 씨. 2019년 모습이다. / 뉴스1 자료사진
장영자 씨. 2019년 모습이다. / 뉴스1 자료사진

장 씨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경제 사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끊임없는 사기 행각으로 ‘사탄의 옷을 입은 여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944년 전라남도 목포시 죽교동에서 3남 4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난 장 씨는 1953년 서울로 올라와 명동성당 옆 계성여자중학교와 계성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경기실업초급대학 보육학과에 입학했으나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로 편입해 학업을 마쳤다.

대학생 시절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장 씨는 부유한 집안 배경을 내세워 중앙정보부 차장 출신 이철희 씨와 호화로운 결혼식을 올렸다. 이 씨는 ‘김대중 납치 사건’ 등 공안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다. 그는 1982년 장 씨와 함께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6404억 원 어음 사기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부부는 나란히 수감됐다. 장 씨는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 후에도 장 씨의 범죄 행각은 멈추지 않았다. 1994년 140억 원대 어음 사기 사건으로 동화은행과 서울신탁은행에 파장이 일었고, 관련 은행장들이 사임했다. 1998년 석방됐으나, 2000년 구권 화폐 사기 사건으로 다시 교도소에 들어갔다. 2015년 출소 직후부터 2017년까지 4차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2020년에는 삼성전자 및 에버랜드 관련 증권을 현금화한다는 거짓말로 지인을 속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장 씨 가족 관계도 복잡하다. 이철희 씨와 재혼하기 전 낳은 1남 1녀는 경제적으로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머니의 범죄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딸은 배우 김주승과 결혼했으나, 장 씨의 사기 사건 연루로 김주승의 제작사가 부도나고 이혼했다. 아들은 2000년 구권 사기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뺑소니 사고로 외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희귀병으로 사망하기 전 여배우 차주옥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법적 자녀로 등록했다.

장 씨 친언니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처삼촌 이규광과 결혼해 전 씨 일가와 인척 관계를 맺었다. 이 때문에 장 씨가 청와대 이름을 팔며 사기를 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한 고종사촌 언니(차용애)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부인으로 김 전 대통령도 간접적 인척 관계였으나 차용애 씨의 사망과 김 전 대통령 재혼으로 이 관계는 법적으로 소멸됐다.

장 씨는 대중매체에서도 자주 묘사됐다. 1990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비롯해 MBC ‘제4공화국’, ‘제5공화국’, 2022년 영화 ‘서울대작전’ 등에서 그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2022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장 씨가 직접 출연했으나 미화 논란으로 VOD 서비스가 중단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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