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수입조차 힘든데… 단 1알만 먹어도 과즙이 '팡' 터진다는 과일
2025-04-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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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낯설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한국에선 수입조차 힘들지만, 단 1알만 먹어도 과즙이 '팡' 터진다는 과일이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통풍 치료제로 쓰였고, 로마인들은 잎을 우려내 차로 소비했다. 과일의 이름은 ‘블랙베리’다.

블랙베리는 장미과 산딸기속에 속하는 열매다. 산딸기나 복분자와 사촌 격인 이 과일은 나무가 아니라 덩굴성 관목에서 자란다. 줄기에는 가시가 많아 채취할 때 조심해야 하지만, 열매의 맛과 영양은 그 수고를 보상한다.
블랙베리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하며,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따뜻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을 좋아해 숲 가장자리나 들판, 강가 근처에서 잘 자란다. 북미에서는 ‘히말라야 블랙베리’(Rubus armeniacus)가 흔한데, 이 품종은 번식력이 강해 일부 지역에서는 침입종으로 여겨질 정도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블랙베리를 통풍 치료제로 사용했고, 로마에서는 잎을 차로 우려내 소화불량이나 염증을 완화하는 데 활용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진한 보라색의 즙을 염료로 썼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로건 판사가 교배 품종을 개발하면서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다. 현재 블랙베리는 멕시코, 스페인, 미국 순으로 수출량이 많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과일이다.

블랙베리는 영양 면에서 ‘슈퍼푸드’로 불릴 만하다. 100g당 43kcal고, 식이섬유는 하루 권장량의 25%인 5g이 포함돼 있다. 비타민 C와 K도 풍부해 각각 하루 권장량의 25%, 19%를 충족한다. 칼륨, 망간,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도 다량 들어 있어 균형 잡힌 영양을 돕는다. 특히 안토시아닌, 엘라그산, 케르세틴 같은 항산화 성분은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노화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한국에서는 블랙베리가 아직 생소한 편이지만, 경남 산청에서 재배된 블랙베리는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북미와 유럽에서는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딸기, 블루베리와 함께 ‘트리플베리’라는 이름으로 냉동 포장돼 유통된다. 유럽에서는 단맛이 강한 품종이 디저트나 와인 재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산 블랙베리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농산물 검역 절차를 '무역장벽'으로 분류했다. 특히 블랙베리는 미국이 시장 접근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주요 품목이다.

보고서는 미국산 블루베리, 감자, 사과, 딸기, 배, 베이비 당근, 캘리포니아산 핵과류, 냉동 라즈베리 등과 함께 블랙베리가 한국 시장 진입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들 품목에 대해 검역 절차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의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 협정에 근거해 ‘수입위험분석(IRA)’ 8단계 절차를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랙베리는 이 절차 가운데 1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수입 허용 여부는 병해충 분포, 품목 특성, 한미 간 협의 속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블랙베리가 오디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당도가 더 높고 수분 함량도 많아 한층 상큼한 맛이 난다. 블랙베리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익은 열매가 가장 맛있고, 녹색이나 붉은빛이 도는 열매는 덜 익어 신맛이 강하다.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과즙이 풍부해 주스, 스무디, 잼, 젤리로 가공해 먹기에도 알맞다. 유럽에서는 사과와 함께 파이나 크럼블로 만들어 디저트로 즐긴다. 와인이나 리큐르의 재료로도 널리 활용된다.

한국에서 블랙베리는 잼으로 많이 소비된다. 블랙베리 500g, 설탕 400g, 레몬즙 2큰술을 냄비에 넣고, 중불에서 20~30분 끓이면 된다. 끓이는 동안 거품은 걷어내고, 열매가 뭉개지며 걸쭉해지면 완성이다.
스무디는 냉동 블랙베리 200g, 바나나 1개, 플레인 요거트 150ml, 꿀 1큰술을 믹서에 넣어 갈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디저트로는 타르트가 제격이다. 파이 반죽 위에 크림치즈 200g, 설탕 50g, 바닐라 에센스 1작은술을 섞은 필링을 고루 펴 바르고, 신선한 블랙베리 300g을 올린다. 180도 오븐에서 25분간 구우면 상큼하고 부드러운 블랙베리 타르트 완성이다.
블랙베리는 과즙이 많은 베리류 특성상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므로, 먹기 전 반드시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채취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블랙베리 덩굴에는 가시가 많아 맨손으로 만지면 쉽게 다칠 수 있다. 두꺼운 장갑과 긴소매 옷을 착용해야 하고, 가시가 장갑을 뚫을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야생 블랙베리는 농약이나 오염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채취 장소의 청결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블랙베리는 번식력이 강해 뿌리와 줄기가 쉽게 퍼진다. 정원에 심을 경우 이웃에게 까지 번질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자라므로, 원치 않는 번식을 막으려면 뿌리 덩어리를 뽑아내야 한다.
블랙베리는 한국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재배가 늘면서 점차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새콤달콤한 맛과 풍부한 영양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좋다. 생과로 먹거나 잼, 스무디, 타르트 등 여러 디저트로 활용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