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90%가 모른다… 겉보기엔 기괴한데, 맛은 훌륭하다는 '뜻밖의' 과일
2025-04-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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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비싸고 생소하지만, 동남아에선 '국민 간식'인 과일
동남아 정글 깊숙한 곳, 뱀처럼 생긴 기묘한 과일이 있다. 갈색 껍질 속에는 새하얀 속살이 숨어 있고, 달콤하면서도 살짝 신맛이 특징이다. 독특한 외모 덕에 관광객들 눈길을 끄는 이 열매는 '살라크'다.

살라크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야자과 식물이다. 주로 열대우림 기후에서 자라며, 키는 1~6m 정도로 낮은 편이다. 열매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딱딱한 갈색 껍질에 덮여 있다. 껍질을 벗기면 2~3개의 하얀 과육이 나오는데, 씨앗이 가운데 박혀 있다. 과육은 단단하면서도 살짝 부드럽다.
살라크는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브루나이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 자란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와 자바 섬, 말레이시아의 사바 주, 태국의 남부 지역이 주요 산지다. 보통 해발 0~500m의 저지대에서 잘 자라며, 강 근처나 숲 가장자리에서 흔히 발견된다.
살라크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현지 전설에 따르면, 살라크 나무의 가시는 나무를 지키는 '정령의 보호 장치'라고 한다. 그래서 수확할 때는 나무에 감사를 전하기도 한다. 살라크의 별명도 주목할 만하다. 영어로는 ‘스네이크 프루트’라고 불리는데, 이는 껍질의 비늘 같은 모양이 뱀의 피부를 닮았기 때문이다. 독특한 외모 덕에 관광객들 사이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살라크는 비교적 낯설다. 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나 수입 과일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 간혹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수입된 살라크를 볼 수 있지만,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가격이 높은 편이라 대중적으로 소비되지는 않는다.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이자 간식이다. 현지인들은 살라크를 생으로 까서 먹거나 주스로 만들어 즐긴다.
살라크는 달콤하면서도 살짝 신맛이 섞여 있다. 과육은 사과처럼 아삭한 식감을 띠지만, 포도나 배처럼 즙이 많지는 않다. 품종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인도네시아 발리산 ‘살라크 폰독’은 단맛이 강하고, 자바산 ‘살라크 시두칼랑’은 신맛이 더 두드러진다. 과육의 향은 강하지 않지만, 먹을 때 은은한 열대 과일 특유의 달콤한 냄새가 난다.

살라크는 보통 껍질을 벗겨 생으로 먹는다. 껍질은 손으로 까거나 칼로 살짝 자른 뒤 벗기면 된다. 과육은 그대로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넣어 아삭한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태국에서는 살라크를 망고, 파인애플과 함께 열대 과일샐러드로 즐긴다. 재료는 살라크 200g, 망고 150g, 파인애플 150g, 라임즙 2큰술, 꿀 1큰술이다. 재료를 모두 섞은 뒤, 10분간 냉장 보관해 차갑게 먹으면 된다.
잼과 디저트도 인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살라크를 잼으로 만들어 빵에 발라 먹는다. 살라크 잼은 과육 500g, 설탕 300g, 레몬즙 2큰술을 냄비에 넣고 약불에서 30~40분 끓이면 완성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살라크를 설탕에 절여 말린 후, 간식으로 먹거나 아이스크림 토핑으로 활용한다. 태국 남부에서는 살라크를 코코넛 밀크와 섞어 디저트 스무디를 만든다. 살라크 150g, 코코넛 밀크 200ml, 얼음 100g, 설탕 1큰술을 블렌더에 넣고 1분간 갈면 완성이다.
발효 음료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살라크 와인을 만들기 위해 과육 1kg, 설탕 500g, 효모 1작은술을 항아리에 넣고 2~3주 발효시킨다. 이 음료는 알코올 도수가 5~10% 정도로,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살라크를 먹기 전에는 과육 속 씨앗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독성은 없지만, 씹으면 이가 손상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에도 주의해야 한다. 열대 과일에 민감한 사람은 처음엔 소량만 먹어보고,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또한 살라크는 당분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하면 혈당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살라크는 한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과일이지만, 동남아 여행 중 채취할 기회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살라크 나무는 줄기와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많아 맨손으로 만질 경우 다칠 수 있다.
두꺼운 장갑과 긴팔 옷을 착용하고, 긴 막대나 도구를 이용해 열매를 따는 것이 안전하다. 열매는 완전히 갈색으로 익었을 때 따야 맛이 좋다. 너무 일찍 따면 신맛이 강하고, 너무 늦으면 과육이 물러진다. 또한 야생 살라크를 딸 때는 사유지나 보호구역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살라크는 100g당 약 80kcal로, 저칼로리 과일이다. 비타민 C 8mg과 식이섬유 2.8g도 들어 있다. 비타민 C는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식이섬유는 소화를 돕는다. 또한 칼륨 191mg, 철분 0.4mg도 소량 포함돼 있어 빈혈 예방과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살라크를 구하려면 동남아산 수입 과일을 취급하는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야 한다. 보통 1kg에 2만~3만 원 선으로, 망고나 파인애플보다 가격대가 높다. 살라크는 껍질이 단단하고 갈색이 고르며, 눌렀을 때 물렁하지 않은 것을 골라야 한다. 보관은 상온에서 3~5일, 냉장고(5~10°C)에서는 최대 10일까지 가능하다. 냉동 보관은 과육이 쉽게 무를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살라크는 아직 두리안이나 망고스틴처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일은 아니지만, 특유의 외형과 맛으로 점점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 여행 중 시장에서 살라크를 마주쳤다면, 하나 사서 껍질을 벗긴 뒤 한 입 베어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