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1kg에 30~50만원 하는 초고급 식물…친숙한 조미료 '이것'의 대반전 사실
2025-04-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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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 식재료의 비밀, 와사비의 놀라운 실체
와사비, 진품과 가짜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색 조미료 '와사비'. 생선회나 고기 요리, 소바와 함께 곁들이는 이 친숙한 재료가 사실은 1kg당 30만~50만 원을 호가하는 초고급 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와사비의 대부분은 진짜 와사비가 아니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와사비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고추냉이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북한 동해안과 사할린, 일본 북부 등지의 서늘하고 습한 산골짜기에서 자생한다. 와사비는 햇빛이 적게 들고, 자갈과 돌이 많은 땅에, 1급수 수준의 깨끗한 물이 지속적으로 흐르는 환경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재배가 극도로 까다롭다. 온도 역시 1년 내내 섭씨 8~20도를 유지해야 하며, 습도나 토양 성분이 조금만 달라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와사비'라고 부르는 것은 뿌리줄기, 즉 '근경'을 강판에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뿌리줄기는 6~15cm 정도 길이에 2~3cm 정도 두께를 가지며, 바로 갈아낸 직후 특유의 톡 쏘는 향과 알싸한 매운맛을 낸다. 와사비의 매운맛은 혀보다 코로 확 치고 올라오는 자극이 특징인데, 이는 고추류의 매운맛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자극이다. 매운맛의 주성분은 휘발성이 강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풍미가 떨어지므로, 먹기 직전에 갈아내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렇게 민감하고 희소한 특성 탓에 진짜 생와사비는 가격이 매우 높다. 최상급 품종의 경우 1kg당 30만~50만 원을 훌쩍 넘기며, 저렴한 편이라고 해도 10만 원대는 기본이다. 이 때문에 일식당에서도 강판에 갈아 내어주는 생와사비는 극히 일부 고급 업장에서만 제공되며, 그 자체가 고급 서비스를 상징하기도 한다.
재배의 어려움과 희소성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와사비의 대부분은 값싼 서양 고추냉이(홀스래디시)에 겨자, 녹색 색소 등을 섞어 만든 가공 제품이다. 홀스래디시는 유럽 북부 등지에서 자라며, 매운맛은 더 강하나 향은 단조롭다. 맛은 와사비와 유사하지만 풍미와 깊이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와사비는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일본 식문화와 함께 발전해온 향신료다. 와사비가 본격적으로 식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스시와 소바가 대중화되면서 와사비 역시 빠르게 퍼졌다. 와사비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고 소화에 도움을 주며, 항균 효과도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와사비는 크게'혼와사비'와 '세이요우 와사비'로 나뉜다. 혼와사비는 다시 재배 방식에 따라 '사와 와사비'와 '하타케 와사비'로 구분된다. 사와 와사비는 흐르는 맑은 물을 이용해 재배되는 진짜 와사비로, 주로 일본 시즈오카현과 나가노현 등지에서 생산된다. 반면 하타케 와사비는 물 없이 밭에서 키우는 형태로, 품질은 다소 낮지만 생산이 쉬운 편이다. 세이요우 와사비는 유럽 등지에서 자라며, 일본에는 메이지 시대에 미국을 통해 들어왔으나 본래의 음식에는 어울리지 않아 널리 퍼지지 않았다.

와사비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하나는 그 강렬한 향을 표현한 '하나세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고, 또 하나는 와사비가 접시꽃과 닮았다는 데서 '사아후비'가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다.
최근에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 와사비의 대량 재배가 시도되면서 가격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중국산 생와사비는 품질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일정한 향과 맛을 갖춘 제품도 등장해 기존 가짜 와사비 중심의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와사비는 사시미, 스시, 소바와 함께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간장에 미리 섞을 경우 풍미가 약해지기 때문에 사시미 위에 얹은 후 간장에 찍는 방식이 추천된다. 소바 역시 국물에 와사비를 풀지 않고, 면 위에 올려서 국물에 살짝 찍어 먹는 것이 향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