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올 시즌 부진한 진짜 이유?…레전드 윤석민, 정말 뜻밖의 분석 내놨다

2025-04-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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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그늘, 심리적 압박의 늪에 빠진 기아 타이거즈

2025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개막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다. 탄탄한 선발진, 경험 많은 타선, 불펜의 깊이까지 갖춘 전력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현실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4월 중순(17일 오후 2시 기준) 현재 8승 11패를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한때 최하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1위인 LG 트윈스와는 여전히 8경기 차로 벌어져 있다.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 뉴스1
이범호 기아 타이거즈 감독. / 뉴스1

기아의 부진은 단순히 경기력 저하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 김도영은 개막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팀의 중심축인 김도영의 공백은 절대적이다. 여기에 2024 한국시리즈 MVP 김선빈도 종아리 부상으로 빠져 있다. 다행히 최근 MRI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복귀를 준비 중이지만, 여전히 실전에 투입되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불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6홀드 2세이브를 기록한 곽도규는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데 이어 왼쪽 팔꿈치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장현식이 LG로 이적한 데 이어 곽도규마저 이탈하면서 불펜 운용은 더욱 불안해졌다. 평균자책 4.45는 리그 하위권 수준이며, 수비에서도 집중력 저하가 반복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이 경기 후 꾸준히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유다.

새 외국인 타자인 패트릭 위즈덤의 부진도 변수다.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초반 모두 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장타력과 생산성을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팀 타율 역시 0.235로 리그 평균을 밑돌고 있다.

2024년 통합우승한 기아 타이거즈. / 뉴스1
2024년 통합우승한 기아 타이거즈. / 뉴스1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요인 외에도 또 하나의 '숨은 이유'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아 출신 레전드 투수 윤석민은 최근 이대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기아의 부진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

윤석민은 우승 직후 시즌에는 선수단 전체가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가 우승한 다음에는 가을야구에 못 들어. 항상. 2009년도에도 내가 딱 겪었다"며 당시에도 전년도 우승 이후 성적 압박이 엄청났다. 선수들이 매 경기 잘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오히려 위축됐고, 그게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 없이 하라고 하지만, 주변에서의 기대와 요구가 계속되면 자연스럽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즐기고 과감하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 안전하게만 하려다 보면 결국 시도도 못 하고 경기 흐름을 놓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히 전력 손실이나 성적 부진뿐 아니라 팀 내부의 정서적 무게감도 기아의 흔들림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타석에서의 소극적인 플레이, 마운드에서의 불안정한 제구 등은 모두 자신감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물론 시즌은 길다. 외국인 선발 네일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고 있고, 김선빈과 김도영의 복귀가 현실화되면 팀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불펜과 타선의 집중력 회복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자유로워지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윤석민의 진단은 단순히 기술적인 해법이 아니라, 팀이 마주한 구조적 피로감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다. 기아가 다시 상위권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선, 부상 복귀 외에도 '부담을 즐기는 팀 분위기'라는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유튜브, 이대호 [RE:DAEHO]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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