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비둘기 잡아서 오리고기로 판 식당... 크기·맛 다른데 어떻게 속였나
2025-04-17 12:20
add remove print link
스페인 깜짝 놀라게 한 마드리드 식당

스페인의 한 식당이 길거리 비둘기를 잡아 오리고기로 속여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둘기고기와 오리고기 맛의 차이에 관심이 쏠린다.
스페인 마드리드 우세라 지역에 위치한 중식당 ‘진구’는 최근 경찰의 단속으로 문을 닫았다. 16일(현지시각) 스페인 현지 매체 엘 문도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데일리메일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문제의 식당이 길거리에서 잡은 비둘기를 전통 중국식 오리구이로 속여 판매했다.
당국은 식당 주인을 공중 위생 위반, 야생동물 보호법 위반, 소비자 기만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 식당이 비둘기를 잡아 조리한 뒤 고급 요리인 북경오리처럼 내놓아 손님들을 속였다고 의심한다. 스페인에서는 비둘기 사육 자체는 합법이지만 문제의 식당은 이를 증명할 서류나 허가증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마드리드 시립경찰은 지난달 25일 다수의 고객 불만을 접수한 뒤 진구 식당을 급습했다. 경찰이 발견한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식당의 비밀 저장고는 장애인 화장실 선반 뒤에 숨겨진 문으로 연결돼 있었다. 영업 허가증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시설이었다. 비위생적인 저장고에는 바퀴벌레가 들끓었다. 털이 뽑힌 비둘기 사체와 정체불명의 고기도 쌓여 있었다. 경찰은 비둘기가 거리에서 포획돼 주방에서 도살된 것으로 추정한다. 엘 문도는 식당 직원들이 비둘기를 거리에서 잡아 발로 차 죽인 뒤 요리했다고 보도했다.
저장고에는 약 300kg의 부패한 식품과 1t 이상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고기, 생선, 해산물이 보관돼 있었다. 8대의 고장 난 냉동고에는 라벨이나 유통기한이 없는 고기와 생선이 가득했다. 온도계도 안 달려 있었다. 스페인 법규상 식품 저장 시 온도 관리는 필수지만, 이 식당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게다가 스페인에서 거래가 금지된 해삼과 아시아 습지에서 채취된 것으로 보이는 조개류도 발견됐다. 조리 도구는 녹슬고 비위생적인 상태였다. 경찰은 “해산물 썩는 냄새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진구 식당은 10년 넘게 영업하며 구글에서 4.2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부 고객은 온라인 리뷰에서 “오리가 이상한 맛이 났다”거나 “위생 상태가 형편없다”고 경고했다. 한 리뷰는 “오리가 뼈투성이에 맛이 별로였다”고 적기도 했다. 비둘기고기를 오리로 착각해 벌어진 결과로 보인다. 식당이 폐쇄된 뒤 입구엔 “휴일로 문을 닫았다”는 중국어 안내문이 붙었다. 누군가는 그 옆에 마커로 “더럽다”라는 낙서를 적었다. 건물 주민들은 “악취가 심했고, 식재료가 카트에 실려 햇볕 아래 방치되는 걸 봤다”며 식당을 여러 차례 신고했다고 밝혔다.
비둘기고기를 어떻게 오리고기로 속일 수 있었던 것일까. 비둘기고기와 오리고기는 외관과 맛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오리고기는 북경오리처럼 조리했을 때 바삭한 껍질과 부드럽고 기름진 살코기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북경오리는 오리를 공기로 부풀려 껍질을 말린 뒤 특제 양념을 발라 장시간 로스팅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껍질은 얇고 바삭해지며, 살은 촉촉하고 풍미가 깊어진다. 오리 특유의 진한 육향과 지방의 고소함은 쌀국수나 만두와 함께 먹을 때 잘 어울린다. 반면 비둘기 고기는 일반적으로 더 단단하고 야생의 풍미가 강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 비둘기(스쿼브)의 고기를 고급 요리로 취급한다. 스쿼브는 농장에서 사육된 어린 비둘기다. 야생 비둘기와 달리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질병 위험이 낮다. 스쿼브는 오리와 풍미가 약간 비슷하지만 육질이 더 단단하고 지방이 적다. 프랑스나 영국 같은 곳에서는 스쿼브를 로스팅하거나 팬에 구워 섬세한 소스와 함께 내놓는다. 하지만 진구 식당에서 식재료로 사용한 비둘기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포획된 길거리 비둘기다. 중금속이나 병원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둘기를 먹으면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진구 식당의 비둘기는 주로 북경오리 스타일로 조리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엔 비둘기 사체가 털이 뽑힌 채로 쌓여 있는 모습, 일부는 비둘기가 조리된 모습이 담겨 있다. 진구 식당은 비둘기를 오리처럼 조리해 얇게 썰어서 내놨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오리고기처럼 썰어도 비둘기가 오리보다 작은 데다 육질까지 단단해 여러 고객이 “뼈가 많고 맛이 이상하다”고 반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마드리드 우세라 지역의 활기찬 아시아 음식 문화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우세라는 다양한 아시아 레스토랑으로 관광객과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하지만 진구 식당의 불법 행위는 식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흔들며 지역 사회에 충격을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