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12만원... 수확량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 최고급 한국 해산물
2025-04-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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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불법 채취로 몸살 앓는 한국 해산물

동해안의 보물로 불리는 울산 강동 돌미역이 거대한 파도에 휩싸였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최고급 미역 강동 돌미역은 그 이름만으로도 품질을 보증받는 울산의 자랑이다. 이 돌미역을 둘러싼 어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부르는 기후 변화와 불법 채취가 이 귀한 해산물을 위협하고 있다.

돌미역은 옛부터 귀한 식재료로 사랑받은 울산의 대표 해산물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이 돌미역의 성장에 문제가 생겼다. 파도가 거세 미역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동 돌미역은 보통 3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하지만, 올해는 생육 상태가 좋지 않아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동해안의 깨끗한 바위 지대에서 자라는 돌미역은 일반 미역과 구별된다.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자라는 돌미역은 뿌리 부분이 두껍고 잎이 단단해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울산 강동 지역의 돌미역은 맑은 수질과 풍부한 조류 덕분에 품질이 뛰어나다. 국, 무침,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돌미역은 칼슘, 요오드,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으로 각광받는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에 진상될 만큼 귀했고, 오늘날에도 고급 식재료로 식당과 가정에서 인기다. 수확 후 햇볕에 자연 건조해 독특한 향과 맛을 농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돌미역의 단단한 조직감은 요리에서 씹는 맛을 더한다. 특히 무침 요리에서 아삭한 질감이 돋보인다.
어렵게 채취하는 만큼 강동 돌미역은 가격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인터넷에선 1kg에 12만원에 팔린다. ‘미역의 제왕’이라고 할 만하다.
울산 북구에서 돌미역을 수확하는 해녀는 약 140명이다. 미역이 잘 자라는 바위에서 최대 40명이 함께 작업한다. 매년 가을 해녀들은 돌미역 포자가 바위에 잘 착생하도록 바위를 닦는 작업을 벌인다. 따개비나 잡풀 같은 이물질을 제거해 미역이 튼튼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잦은 풍랑특보로 바위 닦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돌미역이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거센 파도에 떠밀려 갔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앞바다의 풍랑특보 발효 일수는 104일이다. 2023년의 63일, 2022년의 67일과 견줘 크게 늘었다. 이러한 기상 변화는 돌미역의 생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기후 변화는 돌미역에 또 다른 도전을 안긴다. 미역은 20도 이하의 수온에서 최적의 생육을 보이는데, 최근 동해안 수온이 상승해 품질 좋은 미역의 채취가 어려워졌다. 북구 어촌계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돌미역 채취량은 2021년 255t, 2022년 220t, 2023년 147t으로 급감했다.
반면 양식 미역은 같은 기간 2021년 116t에서 2023년 119t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자연산 돌미역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함을 보여준다. 동해안 어종이 급격히 변하며 미역뿐 아니라 대게, 가자미 같은 어획량도 줄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정자항의 대표 어종인 정자대게도 비슷한 위기를 겪는다. 어촌계에 따르면 대게 어획량이 점차 줄어 현재 조업 중인 어선은 단 한 척뿐이다. 돌미역, 대게, 가자미 등 울산 앞바다의 주요 수산물은 수온 상승과 풍랑 증가로 자원 고갈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어민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주며 전통 어업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기후 변화 외에도 돌미역은 불법 채취로 고통받는다. 마을 공동 어장에서 채취하는 돌미역은 불법 해루질로 큰 피해를 입는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울산 지역에서 전복, 미역, 뿔소라 등 해루질 절도 건수는 총 23건이다. 특히 야간에 문어를 잡는 어업인들이 미역이나 전복을 몰래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야간 작업을 제한하는 조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법 해루질은 공동 어장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해녀들의 노고를 무색하게 만든다.
돌미역은 지역 축제와 요리 문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 식당에서 여러 독특한 해산물 요리로 선보이며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불법 채취라는 이중고가 이 전통을 위협한다. 북구 어촌계는 수산 자원 보호를 위해 지역 주민과 당국의 협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