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깨부수고 내놨는데…첫방 1위 찍더니 시청률 계속 하락 중인 '한국 드라마'
2025-04-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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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깬 일일드라마의 새로운 도전?!
색다른 시도로 주목받은 KBS1 일일드라마 '대운을 잡아라'가 첫 방송 이후 시청률면에서 살짝 주춤하고 있다.

지난 14일 첫 방송에서 12.5%(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던 이 드라마는 2회에서 11.3%, 3회에서는 11.0%를 찍으며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첫 주 만에 하락 흐름이 나타나며 일부 시청자 호기심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운을 잡아라'는 기존 일일극의 전형적인 틀을 과감히 벗어난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출생의 비밀, 불륜, 재벌가 이야기 등 클리셰를 피해, 평범한 중년들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돈'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극본을 맡은 손지혜 작가는 "중년의 친구들이 돈을 매개로 관계가 바뀌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하며 "자극보다 진심에 집중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는 중년 세 명의 남자, 한무철(손창민), 김대식(선우재덕), 최규태(박상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 함께 빵을 나눠 먹던 삼총사가 성인이 돼서는 건물주와 세입자로 갈라서며, 돈과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려낸다. 여기에 배우 이아현, 오영실, 안연홍이 여성 동창으로 등장해 이야기에 균형을 더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드라마가 기존 일일극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중년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부모나 주변 인물로 소비되던 이 연령대 배우들이 극 중심에 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구성이다. 손 작가는 "중년의 이야기도 충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며 인생 후반부의 감정과 우정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파괴 전략이 현재 일일극 시청층의 기대와는 다소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운을 잡아라'의 전작인 '결혼하자 맹꽁아!'는 평균 시청률 12.7%로 마무리됐다. 이에 비해 '대운을 잡아라'는 첫 회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익숙한 서사 구조와 강한 자극을 기대했던 고정 시청층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드라마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돈이 진짜 대운인가'이다. 손 작가는 "돈은 인간의 본심과 삶의 방향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라고 설명하며 결국 그 속에서도 인간관계, 사랑, 가족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로 귀결되도록 이야기를 이끌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청률은 하락하고 있지만, 극이 다루는 갈등 구조는 여전히 신선하다. 삼총사의 과거와 현재,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회복, 위선과 진심이 반복되며 드라마는 삶의 현실적인 단면을 비추고 있다. 특히 세입자와 건물주, 친구와 적, 동창과 경쟁자 사이를 오가는 인물 구도는 전통적인 일일극의 갈등 방식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낯선 구조에 적응해가며 다시금 시청률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운을 잡아라'가 지금까지의 일일극 공식에서 탈피해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시청률과 별개로 이 도전이 일일드라마의 지형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