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치아도 상어처럼 수천번 재생 가능? 인간 삶 아예 바꿀 연구 결과 나왔다
2025-04-1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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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치아 실험실서 배양하는 데 드디어 성공
일생 단 한 개의 영구치를 가질 수 있는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혁신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어는 수천에서 수만 번까지 이빨을 갈아 끼울 수 있으며 코끼리는 최대 여섯 번까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영구치를 잃는 순간 부작용과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수반하는 임플란트나 의치만이 대안이었다. 하지만 해외 연구진이 인간 치아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하며 이는 아주 머지않은 미래에 옛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협력해 치아 발달에 필요한 환경을 모방한 생체 물질을 개발했다고 지난 15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물질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유도해 치아가 자연스럽게 자라게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실험실 환경에서 치아 조직을 실제로 형성하고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안나 안젤로바 볼포니 박사(킹스칼리지 재생치의학 책임자)는 "치아를 다시 자라게 해 생물학적으로 대체한다는 아이디어가 저를 이 연구로 이끌었다"라며 "우리는 실험실 접시에서 치아를 성장하게 함으로써 지식의 공백을 실제로 메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임플란트 수술은 티타늄으로 만든 인공 치근을 잇몸뼈에 식립한 뒤 인공 치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된 치아는 진짜 치아처럼 잇몸 조직과 자연스럽게 결합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킹스칼리지 런던 박사과정생 쉬천 장은 "이 기술은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뿐만 아니라 면역 거부 반응의 위험도 없어 충전물이나 임플란트보다 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적합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해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다음 과제는 실험실에서 키운 치아를 실제 사람의 입속에 심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어린 치아 세포를 치아가 빠진 자리에 이식해 입안에서 자라게 하는 방식과 실험실에서 완전히 성장시킨 치아를 이식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법이든 치아 형성의 초기 단계는 실험실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구강 건강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 문제를 넘어 정상적인 식사와 말하기, 사회적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구강 내 박테리아가 혈류로 침입해 전신 감염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보철학 임상 강사 시어셔 오툴 박사는 "치아를 재생하는 이 새로운 기술은 매우 흥미롭고 치의료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라며 "내 평생 진료에 적용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 자식의 자식 세대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이 기술이 단순한 보철의 한계를 넘는 치의학의 패러다임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전문가는 "사람은 상어처럼 수천 번 이빨을 교체할 수 없고 코끼리처럼 여섯 번의 기회를 가질 수도 없다. 단 한 번의 영구치를 잃는 순간 지금까지는 인공 보철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치과의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에서 배양한 치아가 잇몸 조직과 결합해 자가 치아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임플란트 기술로는 극복할 수 없었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진보"라며 "향후 이식 기술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진짜 내 치아'를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히 이 기술은 단순히 외형 복원을 넘어 생체 적합성과 기능성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라며 "이는 치의학뿐 아니라 재생의학, 유전학, 조직공학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