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웅성웅성…최근 한강을 뒤덮은 의외의 '괴생명체'

2025-04-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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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순환의 비밀, 한강을 수놓은 기이한 생물

최근 서울 한강 수변에 예상치 못한 생명체가 출현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수면 위를 덮은 듯한 수많은 긴 생물체가 떼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생물들은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괴생명체'로 불리며 놀라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이 생명체의 정체는 바로 '참갯지렁이'다. 낚시인들에게는 일명 '청개비'로도 알려진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와 같은 과에 속한 생물로, 국내에서 관찰되는 갯지렁이류 중 가장 크고 강한 개체다. 몸길이는 보통 30~40cm에 이르며, 일부는 1~2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어두운 녹색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입에는 좁쌀처럼 작은 흰색 이빨이 나 있는 종도 있어 외형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참갯지렁이 생김새. / 국립생물자원관
참갯지렁이 생김새. / 국립생물자원관

이 참갯지렁이들은 원래 한강 바닥 깊숙한 곳에 굴을 파고 살아간다. 그러나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 딱 이 시기면 수면 위로 일제히 떠오른다. 이유는 번식 때문이다. 참갯지렁이는 체외수정을 통해 번식하는데,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과 암컷 모두 몸속에 정자와 난자를 가득 채운 채 다리 모양이 유영에 적합하도록 바뀐다. 이후 빛이나 수온, 진동 같은 자극에 반응해 무리를 이루고 수면 위로 올라와 체외로 난자와 정자를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개체는 몸을 터트리며 생을 마감하고, 수정된 알은 유생기를 거쳐 다시 성체로 성장하게 된다.

한강에서 참갯지렁이의 이러한 대규모 번식 장면은 매년 관찰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물학적 경외심은 물론 시각적인 충격까지도 안긴다. 일견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외형 탓에 처음 접하는 시민들에게는 혼란을 주지만, 이는 생태계의 순환 중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사람이 목격하게 되는 건, 수억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번식 본능의 현장인 셈이다.

한강에서 참갯지렁이가 발견되는 이유는 지리적 특성과 밀접하다. 한강은 하굿둑이 없는 강으로 서해의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한강 하구 일대의 강바닥은 낮은 염도를 유지하게 되며, 참갯지렁이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형성된다. 강화도, 영종도, 충남 서천 등 서해안 일대 갯벌과 함께 한강 하구도 이 생물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 이충근

참갯지렁이는 갯벌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해저 바닥에 깊이 1~1.5m에 이르는 굴을 파고 살아가며, 이 과정에서 공기와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갯벌이 썩지 않도록 만든다. 이들은 유기물 분해 능력이 뛰어나 갯벌 정화에 기여하며, 어류와 바닷새의 주요 먹이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강화도 일대에서는 성체 참갯지렁이가 굴 밖으로 나와 먹이활동을 하는 장면이 관찰되기도 했다.

참갯지렁이는 사람의 발걸음이나 진동, 빛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번식기가 아닌 시기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번처럼 짝짓기 철에만 수면 위로 모습을 보인다. 생물학적 가치와 생태계 내 역할이 높이 평가되면서 2016년 해양수산부는 참갯지렁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채집이나 판매는 금지돼 있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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