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신념 '지구 구하려면 우월한 내 정자 마구 뿌려야'
2025-04-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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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급 자녀 목표... 정자 기증 마다하지 않는 머스크
비밀 엄수하면 1500만달러 주고 매달 10만 달러 지원
‘지구의 미래를 위해 나처럼 머리가 좋은 아이를 마구 낳아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가는 이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각)자 기사에서 머스크의 13번째 자녀를 출산한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 클레어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머스크의 출산율 중심 사상을 조명했다. 머스크의 행보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논란의 출산장려주의와 얽히며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머스크는 저출산이 문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 2021년 WSJ CEO 컨퍼런스에서 그는 “출산율이 떨어지면 문명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건 농담이 아니다. 내 말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2022년 X에서 그는 “인구 붕괴는 글로벌 온난화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고, 2024년 10월에는 “출산율 저하로 국가 전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한국, 일본, 홍콩, 이탈리아 같은 저출산 국가를 사례로 들며, 선진국의 낮은 출산율이 문명 존속을 위협한다고 봤다. 그는 제3세계 국가의 높은 출산율을 우려하며, 교육받은 계층과 선진국에서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재산과 영향력을 동원해 출산을 장려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머스크의 개인적 실천은 그의 신념을 강렬히 보여준다. 그는 현재 최소 1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전 부인 저스틴 윌슨, 가수 그라임스, 뉴럴링크 임원 시본 질리스, 그리고 세인트 클레어를 포함한 네 명의 여성과의 사이에서 이들을 낳았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정자 기증을 통해 더 많은 자녀를 낳으려 했으며, 2023년 일본의 유명 여성이 로맨스 없이 임신 목적으로 정자를 요청하자 이를 수락했다. 그는 대리모를 활용해 자녀 수를 ‘군단’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를 세인트 클레어에게 문자로 전하기도 했다. 세인트 클레어는 머스크가 임신 사실을 알자 “지구 종말의 날 전까지 아이들을 대규모로 늘려야 한다”며 대리모 사용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자녀의 지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산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세인트 클레어에 따르면, 머스크는 그녀에게 제왕절개를 강력히 권하며 “자연분만은 아기 뇌의 크기를 제한하고, 제왕절개는 더 큰 뇌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대인인 세인트 클레어가 원했던 자연분만과 아들의 할례를 반대하며, 제왕절개가 지능 발달에 유리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머스크는 세인트 클레어에게 아들의 이름을 자신이 정하겠다고 요구했다. 이는 다른 자녀의 어머니인 그라임스나 질리스와 맺은 계약과 유사한 패턴이라고 전해졌다.
세인트 클레어와의 관계는 머스크의 X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보수 성향의 인플루언서인 세인트 클레어는 출산율 저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머스크의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접근했고, 결국 둘은 메시지를 주고받다 아이를 낳았다. 세인트 클레어는 지난해 1월 세인트 바트에서 머스크와 접촉해 임신했으며 지난해 9월 출산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아들이 태어날 때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세 번(2024년 9월 21일 2시간, 9월 22일 1시간, 11월 30일 30분)만 만났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머스크는 아들의 사진이나 건강 상태를 묻지 않았으며, 양육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세인트 클레어는 밝혔다.
머스크의 접근 방식은 세인트 클레어 외에도 다른 여성에게도 나타났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 티파니 퐁은 머스크로부터 자녀를 낳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퐁은 X에서 머스크의 관심을 받아 2023년 11월 8일부터 22일까지 2만1252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팔로워가 급증했다. 머스크는 퐁에게 “내 아이를 낳는 데 관심 있냐”며 직접 메시지를 보냈으나, 퐁은 전통적인 가정을 원한다며 거절했다. 이 사실을 지인에게 털어놓은 뒤 머스크가 이를 알게 되자, 머스크는 퐁을 언팔로우했다.
머스크는 자녀의 존재를 비밀로 유지하려는 계약을 선호한다. 세인트 클레어는 머스크의 대리인 재러드 버철로부터 아들의 아버지가 머스크라는 사실을 21세가 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으면 1500만 달러와 매달 1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계약을 위반하면 전액 반환해야 했다. 세인트 클레어가 지난 2월 14일 엑스에 아들의 아버지가 머스크라고 공개하자 머스크는 지원 제안을 철회하고 양육비를 월 2만 달러로 줄였다. 세인트 클레어는 머스크가 지난달까지 250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이후 지원을 60% 삭감해 테슬라 차량을 팔아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의 대리인으로부터 “머스크는 친절하지만, 법적 절차를 선택하면 더 나쁜 결과가 생긴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출산장려주의는 미국 우파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그는 “부유할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다”며 자신이 예외라고 밝혔다. 그는 2023년 헝가리 대통령의 출산 장려 정책(4자녀 이상 여성의 세금 면제, 3자녀 이상 부부의 대출 탕감)을 지지하며 “아이 낳기가 재정적 페널티가 아니라 인센티브가 돼야 한다”고 썼다. 그는 2023년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해 출산율 연구를 지원했고, 자신의 머스크 재단을 통해 출산장려 운동에 자금을 댔다.
그러나 인구학자들은 머스크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비판한다. 뉴햄프셔 대학의 켄 존슨 교수는 “미국 출산율 하락은 10대 임신의 감소 때문이며,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행보는 논란을 낳는다. 그는 2023년 스페이스X 직원에게 “내 아이를 낳아달라”고 요청해 인사팀에 신고됐고, 이는 퇴사 협상에서 논의됐다. 그의 출산 방식과 계약 요구는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세인트 클레어는 임신 중 맨해튼 고급 아파트(월 4만 달러)와 경호원을 지원받았지만, “완전히 고립됐다”며 비밀 유지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그녀는 폭력적인 스토커들로부터 위협을 받았고, 아들이 5개월 동안 외부 산책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머스크는 문명 붕괴를 막기 위해 아이를 낳는 것이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방식(정자 기증, 제왕절개 강요, 비밀 계약)은 윤리적 논쟁을 일으킨다. 세인트 클레어는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아버지 역할을 인정하고 양육 협의를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지만, 머스크는 웃는 이모지나 ‘Whoa’ 같은 간접적 반응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