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가지 마세요” 술 다음 날 무리한 운동이 독이 되는 이유

2025-04-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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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손실부터 탈수까지.. 음주 후 운동을 경계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퇴근 후 가볍게 맥주 한두 잔을 마신 다음 날, 평소처럼 헬스장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다이어트 중이거나 루틴을 유지하려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망설이게 된다. ‘어제 마신 술이 다 빠졌을까?’, ‘운동하면 더 개운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주 다음 날의 운동은 단순히 의지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신체 상태를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술을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대사 과정이 활발해진다. 이때 체내 수분이 빠르게 소실되는데, 이는 알코올의 이뇨 작용 때문이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입이 바짝 마르거나 갈증이 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미 탈수 상태에 가까운 몸에서 운동으로 땀까지 흘리면 탈수 증상이 더 악화된다. 실제 미국 스포츠의학회는 음주 다음 날 격렬한 운동을 피하라고 권고한다. 탈수 상태는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현기증이나 저혈압, 심장 부담까지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알코올은 뇌의 운동 조절과 반사 신경에도 영향을 준다. 술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평소와 같은 자세나 동작을 취해도 중심을 잃기 쉽다. 헬스장에서 웨이트 운동이나 기구 운동을 할 경우, 무게 중심이 조금만 흔들려도 부상 위험이 커진다. 특히 데드리프트나 스쿼트 같은 복합 관절 운동은 허리, 무릎 등에 순간적인 과부하를 줄 수 있다.

또한, 음주 후에는 심박수와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알코올 섭취가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술 마신 다음 날 가벼운 유산소 운동조차 숨이 차고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무산소 운동은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근육 회복 측면에서도 음주는 악영향을 준다. 운동 후 근육이 회복되려면 단백질 합성과 염증 조절 과정이 원활해야 하는데, 알코올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방해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시적으로 떨어뜨려 근손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음주 후 헬스장에서 고강도 근력 운동을 반복하는 건, 기대한 근성장보다 근육 손실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가만히 쉬는 것이 답은 아니다. 음주 다음 날에도 신체 회복을 돕는 방식의 활동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다. 30분 내외의 산책이나 평지 걷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간의 대사 기능을 도울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분 섭취를 늘리고, 전해질이 포함된 이온 음료나 과일을 함께 먹는 것이 권장된다.

스트레칭이나 요가처럼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순환을 돕는 운동 역시 좋은 선택이다. 특히 요가는 호흡과 이완에 집중하기 때문에, 음주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안정시킬 수 있다. 단, 핫요가처럼 땀이 많이 나는 형태는 피하는 것이 좋다. 탈수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술을 마신 다음 날의 헬스장 방문은 대부분의 경우 추천되지 않는다. 음주가 수분 대사, 근육 회복, 심혈관계, 신경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술이 몸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평균적으로 12~24시간이 걸리며, 체질과 술의 양, 간 기능 등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음주 후 하루 이상 충분한 회복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home 이연 기자 yeonf@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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