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육은 생으로, 속껍질은 캔디로 즐긴다… 한국에선 대량생산 못 하는 의외의 '과일'
2025-04-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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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아직 생소한데… 동남아에선 ‘국민과일’로 통하는 이것
동남아시아의 정글 깊숙한 곳, 축구공처럼 큰 과일이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이 퍼지고, 입안은 상큼한 향으로 가득 찬다. 자몽과 비슷하지만, 훨씬 크고 맛이 순한 이 과일의 이름은 ‘포멜로’다.

포멜로는 운향과에 속하는 상록 관목 또는 소교목의 열매다. 감귤류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하며, 직경은 15~25cm, 무게는 1~2kg에 이른다. 과육은 주로 흰색, 분홍색, 붉은색이 나타난다. 껍질은 연한 녹색에서 황색으로 익고, 원산지는 동남아시아와 말레이시아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국 남부, 인도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된다. 나무는 최대 15m까지 자라고, 잎은 광택이 있는 타원형이다.
포멜로라는 이름의 유래는 타밀어 ‘pampa limāsu’에서 시작돼 포르투갈어 ‘pomposos limões’, 네덜란드어 ‘pompelmoes’를 거쳐 현재의 ‘pomelo’로 바뀌었다. 유럽에 처음 소개된 시기는 15세기이며, 18세기 들어 널리 알려졌다. 포멜로는 감귤류 교잡종의 유전적 조상으로, 오렌지(Citrus × sinensis)나 자몽(Citrus × paradisi)의 유전자 구성에 큰 영향을 줬다. 자몽은 18세기 바베이도스에서 포멜로와 오렌지가 자연 교배되며 생겨났다.
포멜로와 자몽은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포멜로는 자몽보다 훨씬 크고, 껍질도 더 두껍다. 자몽의 과육은 쓴맛이 강하고, 포멜로는 쓴맛이 거의 없다. 자몽의 쓴맛은 나린진이라는 성분 때문이며, 포멜로에는 이 성분이 적다. 껍질이 두꺼워 실제 과육의 부피는 자몽과 비슷하거나 더 적게 느껴질 수 있다.
포멜로는 영양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비타민 C 함량이 높아 반 개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면역 기능을 돕는 데 효과적이고, 감기 예방과 피로 회복에도 유익하다. 수분 함량이 높아 무더운 날씨에는 수분 보충에도 제격이다.
한국에서는 포멜로가 흔하지 않다. 주로 수입 과일로,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다. 필리핀 다바오 지역산 포멜로가 대표적이다.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재배가 시도되지만, 열대성 작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량 생산은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자몽에 비해 덜 알려져 있고, 크기와 두꺼운 껍질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도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포멜로가 축제나 명절에 빠지지 않는 과일로 자리 잡았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설날에 행운을 상징하는 과일로 여겨지고, 싱가포르에서는 ‘복을 부르는 과일’로 선물이나 디저트로 인기다.

포멜로는 자몽 대비 쓴맛이 덜하고 더 달콤하다. 여기에 은은한 신맛이 더해져 풍미가 조화롭다. 과육은 알갱이가 크고 즙이 풍부해 씹는 식감이 살아 있다. 생으로 먹어도 부담이 적지만, 속껍질은 쓴맛이 강하므로 반드시 제거한 뒤 섭취해야 한다.
포멜로는 생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라별로 다양하게 소비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소금이나 고춧가루를 뿌려 먹고, 태국에서는 얇게 썬 포멜로에 코코넛 밀크와 설탕을 곁들인 디저트를 즐긴다. 필리핀에서는 포멜로 주스에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분홍빛 음료를 만든다. 브라질은 껍질을 설탕에 절여 저장식으로 활용하고, 스리랑카에서는 설탕을 뿌려 디저트로 만든다. 한국에서는 샐러드 재료로도 활용된다.
포멜로 샐러드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포멜로 1개(과육 기준 약 300g), 새우 100g, 양파 50g, 고수 10g을 준비하고, 드레싱은 라임즙 2큰술, 피시소스 1큰술, 설탕 1작은술, 고춧가루 0.5작은술을 섞는다. 과육과 재료를 함께 섞은 뒤, 드레싱을 뿌려 5분간 재운다. 속껍질은 보통 버리지만, 설탕에 절이면 포멜로 캔디로 즐길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포멜로 속껍질 200g을 얇게 썰어 10분간 끓인 뒤 물기를 제거한다. 그다음 설탕 150g과 물 100ml로 만든 시럽에 넣고 약불에서 30분간 조린다. 조린 껍질은 꺼내어 50℃ 오븐에서 2시간 동안 건조하면 포멜로 캔디 완성이다.
포멜로는 섭취 시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함유된 푸라노쿠마린 성분이 간의 약물 분해를 방해해 약효가 높아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고지혈증약,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포멜로는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어 하루 200~300g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멜로는 크고 두꺼운 껍질을 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은 충분히 그 수고를 감수할 만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온 과일이며, 한국에서도 그 풍미와 효능 덕분에 점차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