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이름도 생소한데… 미식가들 사이에선 귀한 대접 받는 '생선'
2025-04-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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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낯설지만, 맛은 최고급… 알고 보면 귀한 '생선'
강과 바다를 오가는 생선이 있다. 한국에선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은빛 비늘과 날렵한 몸매를 지닌 이 물고기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강의 귀족'으로 불리는 이 생선은 '바라문디'다.

바라문디는 농어목에 속하는 어종이다. 몸길이는 60~120cm에 이르며, 일부 개체는 180cm까지 자란다. 몸은 길고 납작하며, 은빛 또는 청록색 비늘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큰 입과 강한 턱은 먹이를 단숨에 삼키는 데 유리하다. 민물과 바닷물을 모두 오가며, 강 하구와 연안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새우, 게, 작은 물고기 등을 먹이로 삼고, 빠른 속도로 헤엄쳐 사냥한다.
주요 서식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동남아시아, 호주 북부, 인도, 파푸아뉴기니, 필리핀 등의 열대·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강, 호수, 맹그로브 숲, 연안 해역에 분포한다. 특히 호주 퀸즐랜드와 노던 테리토리의 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산란기는 우기인 11월부터 3월 사이이며,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는 민물에서 자라다 성체가 되면 바다로 이동한다.
호주 원주민은 수천 년 전부터 바라문디를 주요 식량으로 삼아왔다. 'Barramundi'라는 이름은 원주민 언어로 '큰 비늘을 가진 강물고기'를 뜻한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바라문디는 오랜 기간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돼 왔다. 19세기 유럽 탐험가들이 이 지역을 탐험하면서 바라문디에 대해 기록했고, 이후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으로 퍼졌다. 1980년대부터 호주, 태국, 싱가포르에서 양식이 시작됐고, 현재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양식되고 있다.
바라문디는 성전환 어종으로, 태어날 때는 모두 수컷이지만 3~5년 후 일부가 암컷으로 바뀐다. 이 특성은 개체 수 유지와 번식에 유리하다.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르다. 호주에서는 '바라', 태국에서는 '플라 카퐁', 인도에서는 '베키'로 불린다. 호주에서는 스포츠 낚시의 대표 어종으로 꼽히며, 50kg이 넘는 개체는 낚시꾼들의 도전 대상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주로 수입산이나 양식산을 고급 레스토랑에서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에서 소규모로 양식 중이다. 반면, 호주에서는 ‘국민 생선’으로 불릴 만큼 널리 소비된다. 태국에서는 매운탕이나 찜 형태로 요리되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강식으로 주목받는다.
맛은 흰살 생선 특유의 담백함과 부드러움을 지녔다. 약간의 단맛이 돌며, 식감은 쫄깃하면서도 살이 쉽게 풀린다. 대표 요리인 '바라문디 구이'는 바라문디 필레 500g, 올리브 오일 2큰술, 레몬즙 1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0.5작은술, 마늘 2쪽을 준비한다. 필레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하고, 올리브 오일, 레몬즙, 다진 마늘을 섞어 10분간 재운다. 200°C로 예열한 오븐에서 15~20분간 구우면 완성이다.

태국식 '바라문디 찜'은 바라문디 1마리(약 800g), 라임 2개, 고수 50g, 고추 2개, 생강 20g,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이 필요하다. 손질한 생선에 라임즙, 다진 고추, 생강, 간장, 설탕을 섞은 소스를 뿌리고 고수를 올려 20분간 찌면 된다. '바라문디 튀김'은 필레 600g, 밀가루 100g, 달걀 2개, 빵가루 150g, 소금 1작은술, 식용유 500ml를 준비한다. 필레에 밑간한 뒤,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입히고 180°C 기름에서 5~7분간 튀기면 된다.
바라문디는 흰살 생선인 만큼 비교적 안전하지만, 생으로 먹을 경우 신선도가 관건이다. 오래된 생선은 비린내가 날 수 있어 구매 후 1~2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두드러기나 호흡 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에 유의해야 한다. 민물에서 잡힌 개체는 기생충 감염 우려가 있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양식산은 기생충 위험이 낮은 편이지만, 항생제 사용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바라문디를 잡을 경우, 강한 저항에 대비해 튼튼한 낚싯대와 10~20lb 줄을 준비해야 한다. 미끼로는 새우나 작은 물고기가 효과적이다. 호주 퀸즐랜드 지역에서는 바라문디의 최소 크기, 최대 크기, 1인당 5마리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양식산이 유통되며, 야생 개체를 잡을 경우 지역 어업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민물에서 채집할 땐 수질 오염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바라문디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강과 바다를 오가며 먹이사슬의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과도한 어획과 서식지 훼손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감소했다. 호주와 동남아시아는 지속 가능한 양식과 낚시 규제를 통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바라문디는 생태, 요리 모두에서 눈에 띄는 물고기다. 회유성, 탄탄한 생존력, 부드럽고 깔끔한 맛, 다양한 조리 방식으로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