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너무나 독특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채소
2025-04-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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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먹는 풀’로 불리는 신비한 이름의 한국 채소

일본의 장수촌에서 시작돼 한국의 식탁까지 들어온 채소가 있다. ‘신선이 먹는 풀’로 불리며 항암, 당뇨 예방, 피로 회복의 효능으로 주목받는 신선초다. 이름만으로도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채소인 신선초에 대해 알아봤다.
신선초는 미나리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이다. 원산지는 일본 관동 동부와 하치조지마섬 같은 아열대 지역이다. 높이 1m까지 자라며, 곧게 뻗은 줄기와 짙은 초록색 윤기 나는 잎, 연노란 꽃이 복산형 꽃차례로 핀다. 일본에서는 명일엽(明日葉), 중국에서는 함초(鹹草)로 불리며, 한국에선 ‘신선초’라는 이름이 정착됐다. 이름의 유래는 그 생명력과 효능에서 비롯된다. 신선초는 잎을 따내면 다음 날 새잎이 돋을 정도로 생육이 왕성해 ‘명일엽’이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진시황이 불로초로 찾던 식물로 여겨졌다. 하치조지마섬 주민들이 신선초를 먹으며 건강과 장수를 누렸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신선이 되는 풀’이라는 뜻의 신선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사가 준 유용한 식물’이라는 학명(Angelica keiskei)도 신선초에 신비로운 이미지를 더한다.
신선초의 맛과 향은 독특하고 강렬하다. 생으로 씹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은은한 쓴맛과 풀 내음이 섞인 향이 입안을 채운다. 이 향은 테르펜과 같은 휘발성 화합물에서 나온다. 셀러리와 비슷하지만 보다 강렬하고 깊다. 쓴맛은 칼콘(chalcone)과 쿠마린(coumarin) 같은 성분에서 비롯된다. 열을 가하면 쓴맛이 줄고 부드러운 단맛이 드러난다. 데친 신선초는 고소한 풍미와 함께 약간 쌉싸름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신선초의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 독특한 향과 쓴맛을 고급스러운 풍미로 즐기는 이들이 있는 반면, 셀러리나 고수처럼 강한 향을 거부감으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특히 생으로 먹을 때 향이 강렬해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데치거나 양념과 함께 조리하면 향이 순해져 호불호가 줄어든다.
신선초는 영양 면에서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다. 100g당 칼로리는 약 30kcal로 낮으면서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비타민 A, B1, B2, B6, B12, C, E가 골고루 들어있으며, 칼슘, 철분, 인, 마그네슘, 칼륨, 아연이 풍부하다. 특히 철분은 일반 채소의 3배로,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게르마늄은 혈액을 맑게 하고 간 해독을 돕는다.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루테올린, 쿼세틴은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를 늦춘다. 칼콘과 쿠마린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해 유방암, 위암, 폐암 예방에 기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신선초의 칼콘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 관리에 도움을 주고, 프소탈렌은 혈당 급등을 억제한다. 엽록소는 혈액 순환을 돕고, 사포닌은 면역력을 높인다. 신선초의 노란 즙액은 이뇨와 강심 작용을 하며, 비타민 B12는 뇌세포를 활성화해 치매 예방에 유익하다.
신선초의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어린잎은 샐러드나 쌈 채소로, 데친 잎은 나물, 무침, 볶음으로 먹는다. 한국에서는 고추장이나 된장에 버무려 밑반찬으로 즐긴다. 돼지고기와 함께 쌈으로 먹으면 단백질과 영양 균형이 맞는다. 녹즙은 신선초의 대표적인 섭취법이다. 사과나 꿀을 섞어 쓴맛을 줄여 마신다. 일본에서는 소바나 우동에 넣어 은은한 향을 즐기고, 죽, 수프, 볶음밥 재료로도 사용한다. 열매는 약술로 담가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활용된다. 신선초 가루는 우유나 요구르트에 섞어 마시거나 면 반죽에 넣어 요리한다. 장아찌, 김치, 차로도 만들어 먹으며, 목욕제로 사용하면 보온과 미용 효과를 준다.
보관은 냉장고에서 밀폐 비닐에 넣어 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1~2주 내 소비해야 신선함이 유지된다. 데친 후 물기를 짜서 냉동 보관하면 오래 먹을 수 있다. 신선초는 생으로 먹을 때 영양 손실이 적지만 쓴맛을 줄이려면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신선초는 약초로도 오랜 역사를 가진다. 일본 에도시대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쓰였다. 하치조지마섬에서는 유배자들이 신선초를 먹으며 건강을 유지했다. 한국에서는 20세기 말부터 약초로 주목받아 재배가 늘었다. 동의보감에는 비슷한 미나리과 식물의 소화 촉진과 혈액 정화 효과가 기록돼 있다. 신선초는 간경화, 고혈압, 동맥경화, 신경통, 부종, 갱년기 장애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