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7만원이 넘는다… 한 번 맛보면 일반 회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해산물'

2025-04-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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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 사이에서 ‘오징어의 황제’로 불리는 고급 해산물

1kg에 7만 원이 넘으면서 한 번 맛보면 일반 회가 심심하게 느껴진다는 해산물이 있다. 몸에 있는 점과 줄무늬를 뽐내며, 순식간에 색을 바꿔 어부의 눈을 속이는 이 신비로운 해양 생물은 낚시꾼들 사이에서 ‘오징어의 황제’로 불린다. 바로 '무늬오징어'다.

무늬오징어 알 자료 사진. / Nach-Noth-shutterstock.com
무늬오징어 알 자료 사진. / Nach-Noth-shutterstock.com

무늬오징어는 오징어과에 속하는 두족류다. 일반 오징어보다 몸통이 넓적하고, 몸 전체를 지느러미가 감싸는 게 특징이다. 크기는 몸통 길이 30~50cm 정도로, 다리를 포함하면 1m 가까이 자라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몸에 새겨진 불규칙한 흰 점과 줄무늬다. 암컷은 흰 점이, 수컷은 흰 줄이 두드러지는데, 죽으면 이 무늬가 사라져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표준명은 ‘흰오징어’다. 하지만 낚시꾼들은 화려한 무늬 때문에 무늬오징어라 부른다.

서식지는 주로 따뜻한 바다다. 한국에선 제주도, 남해안, 동해안, 서해안 일부에서 발견된다. 특히 제주도 주변 해역은 무늬오징어의 성지로 꼽힌다. 세계적으로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 북부, 인도양까지 분포해 열대와 아열대 바다를 좋아한다.

무늬오징어는 연안 근처 모래나 진흙 바닥을 선호하며, 낮에는 10~50m 깊이에 머물다가 밤에는 얕은 곳으로 올라온다. 위협을 느끼면 먹물을 뿜으며 도망가고, 보호색을 활용해 숨기도 한다.

오징어는 오래전부터 식탁에 올랐지만, 무늬오징어는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 초반부터 주목받았다. 2002년 서해 오천 앞바다에서 낚시꾼들이 처음으로 무늬오징어를 대량 포획하면서 서식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군산, 여수, 거제, 제주 등으로 서식지 확인이 확대됐다. 옛 문헌인 '자산어보'에는 오징어류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나오지만, 무늬오징어를 정확히 특정하긴 어렵다.

유튜브 '일타쿠마'

무늬오징어와 갑오징어는 자주 비교된다. 둘 다 두족류지만, 생김새와 습성이 다르다. 무늬오징어는 몸통이 길고 지느러미가 넓으며, 뼈는 얇고 부드럽다. 반면 갑오징어는 몸통이 통통하고, 다리가 짧아 쭈꾸미를 닮았다. 갑오징어의 뼈는 석회질로 단단해 ‘갑’이란 이름이 붙었다.

무늬오징어는 활발히 헤엄치는 유영성 생물로, 작은 물고기를 주로 먹는다. 갑오징어는 바닥에 붙어 사는 저서성으로, 갑각류나 심지어 동족까지 잡아먹는다. 맛에서는 갑오징어가 더 고소하고 감칠맛이 강하다는 평이 많지만, 무늬오징어는 단맛과 단단한 식감으로 사랑받는다.

회 가격은 지역과 시즌에 따라 다르다. 제주나 남해안 횟집에서는 1kg에 5만~8만 원 선이다. 무늬오징어는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편이라 고급 식재료로 취급된다.

무늬오징어의 흥미로운 점은 짧은 생애다. 대부분 1년을 살고, 산란 후 죽는다. 일부 개체는 환경에 따라 2년까지 살기도 하지만, 한해살이가 기본이다. 이들은 11~12개월쯤 성숙해 긴 다리로 교미하고, 암컷은 바닷말이나 바위에 알을 낳는다.

알은 1~2개월 만에 부화해 치어로 자라는데, 성장 속도가 빠르다. 또 다른 재밌는 사실은 낚시꾼들 사이의 별칭이다. ‘오징어의 제왕’이라 불릴 만큼 맛과 손맛 모두 뛰어나, 에깅(오징어 낚시) 마니아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무늬오징어는 미식가와 낚시꾼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제주도에선 지역 특산물로 여겨져, 횟집 메뉴판에서 빠지지 않는다.

무늬오징어 자료 사진. / DiveIvanov-shutterstock.com
무늬오징어 자료 사진. / DiveIvanov-shutterstock.com

어류 칼럼리스트 김지민 씨가 운영하는 ‘입질의 추억’ 블로그에선 무늬오징어를 “일반 오징어와 비교 불가”라며 극찬한다. 일본에선 무늬오징어(일본명: 아오리이카)가 초밥과 사시미로 인기 있고, 고급 횟감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에선 튀김이나 구이로 즐기고, 호주에선 낚시 대상으로 더 유명하다. 서양에서는 오징어 자체가 덜 친숙해,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국가에서 주로 칼라마리(갑오징어류)와 함께 조리된다.

무늬오징어 회는 단맛이 강하고, 식감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일반 오징어의 쾌쾌한 냄새가 없어 신선한 바다 맛을 느낄 수 있다. 내장은 감칠맛이 진하지만, 익히면 색이 탁해 보여 호불호가 갈린다. 타우린 함량이 높아 피로 회복과 혈압 조절에 좋다고 알려졌다.

무늬오징어는 주로 회로 소비된다. 얇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으면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껍질을 벗기고, 칼집을 넣으면 식감이 더 부드럽다. 통찜은 내장을 그대로 두고 5~7분 쪄낸다. 간장, 고추장, 마늘을 섞은 양념장을 곁들이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튀김은 180℃ 기름에서 2~3분 튀겨 바삭하게 즐긴다. 무늬오징어 1kg 기준, 튀김 반죽은 밀가루 1컵, 전분 0.5컵, 물 1컵으로 만든다. 볶음 요리도 인기다. 양파, 고추, 마늘과 함께 고추장 2스푼, 간장 1스푼, 설탕 0.5스푼으로 3~4분 볶으면 매콤한 안주가 완성된다. 제주에선 무늬오징어 물회를 즐긴다. 회를 채 썰어 고추장 1스푼, 식초 2스푼, 설탕 0.5스푼으로 양념하고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무늬오징어 자료 사진. / Francesco_Ricciardi-shutterstock.com
무늬오징어 자료 사진. / Francesco_Ricciardi-shutterstock.com

다만,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무늬오징어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죽은 지 오래되면 살이 물컹해져 맛이 떨어진다. 기생충 위험은 드물지만, 생으로 먹을 땐 깨끗이 손질하고 신선한 것만 골라야 한다. 또한 소화 주머니에서 쓴맛이 날 수 있으니, 머리 부분은 제거하는 게 좋다. 타우린은 건강에 이롭지만,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 고혈압 환자는 과식에 주의해야 한다.

잡을 때도 신경 써야 한다. 무늬오징어는 연안에서 낚이지만, 남획 위험이 크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15cm 미만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무늬오징어를 낚은 뒤엔 즉시 얼음물에 넣어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운송 중 내장이 터지거나 다리가 뜯길 수 있으니, 포장 시 얼음을 꽉 채워야 한다.

무늬오징어는 바다의 예술가이자 식탁의 별미다. 화려한 무늬로 바다를 수놓고, 단맛과 쫄깃함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제주 바다에서 낚아 올린 무늬오징어 한 마리가 식탁에 오르면, 그날은 잔칫상이 된다.

home 조정현 기자 view040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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