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린 뒤 20일만에 수확... 너무 빨리 자라서 이름까지 특이한 채소
2025-04-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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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베란다에서 많이 키우는 그 채소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고대 로마인들의 식탁을 장식했던 채소가 있다. 톡 쏘는 향과 쌉싸름한 매력으로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필수 재료로 자리 잡은 루꼴라. 로켓 샐러드로 불리며 전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루꼴라에 대해 알아봤다.
루꼴라는 톡 쏘는 맛이 특징인 십자화과의 일년초 식물이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재배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루꼴라(rucola), 프랑스에서는 로켓(roquette), 영어권에서는 아루굴라(arugula)로 불린다. 잎은 무 이파리처럼 생겼다. 어린잎은 부드럽고 매운맛이 덜해 샐러드에 주로 사용된다. 꽃과 씨앗도 식용 가능하다. 씨앗은 기름을 짜내거나 허브차로 활용된다. 루꼴라의 맛은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하고, 머스터드처럼 톡 쏘는 매운 향이 특징이다. 이 독특한 풍미 덕분에 이탈리아 요리에서 샐러드, 피자 토핑, 파스타 재료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루꼴라의 이름이 로켓으로 불리게 된 유래는 흥미롭다. 프랑스어 단어 로켓(roquette)에서 비롯됐다. 이는 이탈리아어 ‘루케타(ruchetta)’에서 차용한 것이다. ‘루케타’는 라틴어 ‘에루카(eruca)’에서 파생됐는데, 이는 루꼴라 식물을 지칭하는 고대 용어다. 로켓이라는 이름은 식물의 빠른 성장 속도와 관련이 있다. 루꼴라는 씨를 뿌린 뒤 20~27일 만에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자란다. 이 속도가 마치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처럼 빠르고 강렬해 로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발사체 로켓과 구분하기 위해 ‘가든 로켓(garden rocket)’이라 부르기도 한다. 북미에서는 이탈리아 사투리 영향을 받아 ‘아루굴라’로 발음이 변형돼 정착됐다.
루꼴라는 영양이 뛰어난 채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100g당 비타민 A는 하루 권장 섭취량의 47%, 비타민 C는 25%, 비타민 K는 136%를 제공한다. 칼슘은 16%, 철분 8%, 칼륨 11%, 마그네슘 12%가 포함돼 뼈 건강과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 제아잔틴, 설포라판, 글루코시놀레이트도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소화 과정에서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변환돼 항암 효과를 낸다. 연구에 따르면 루꼴라는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대장암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 100g당 170mg 포함돼 백내장 예방에 효과적이며, 엽산과 비타민 K는 심혈관 건강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루꼴라의 활용법은 다양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샐러드에 양상추 같은 순한 채소와 섞거나, 파르메산 치즈와 발사믹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피자 위에 신선한 루꼴라를 올리거나, 파스타에 올리브 오일과 함께 볶아 풍미를 더한다. 인도에서는 씨앗으로 기름을 추출해 피클을 만들고, 중동에서는 염증 치료제로 사용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최음제로 여겨져 수도원에서 재배가 금지된 적도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피부 미용을 위해 루꼴라를 즐겼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열무와 비슷한 외형과 맛 덕분에 샐러드나 쌈 채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재배는 까다로운 편이다. 루꼴라는 햇볕과 배수가 잘 되는 사질양토를 좋아하며,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비료를 적정량 공급하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약해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수확은 꽃이 피기 전 어린 잎을 채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수확 후 바로 먹거나,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해 2~3일 안에 소비해야 한다. 오래 보관하면 잎이 노랗게 변색되며 향이 떨어진다.
루꼴라는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는 채소다.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은 면역력을 높이고, 섬유질은 소화를 돕는다. 혈당 부하 지수가 매우 낮아 다이어트에도 적합하다. 육류나 치즈와 함께 먹으면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집트, 터키, 이스라엘 등지에서는 1990년대부터 순한 품종을 개발해 샐러드용으로 개량했다. 한국에서도 베란다 텃밭에서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은 루꼴라가 향과 맛이 더 뛰어나다. 혹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루꼴라 피자를 맛볼 일이 생긴다면 평범하게 생긴 이 채소 뒤에 숨은 2000년의 역사와 지중해의 햇살을 떠올려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