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재수없다며 버렸는데... 지금은 한 접시에 7만원인 한국 생선

2025-04-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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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금바리 맛이 난다는 말까지 들으며 신세 역전된 한국 생선

베도라치 / '낚시와 생활' 유튜브
베도라치 / '낚시와 생활' 유튜브

한때 바닷가에서 하찮게 여겨지던 생선이 있다. 미끈거리는 점액질에 볼품없는 생김새로 어민들의 손에서 미련 없이 바다로 던져지던 이 생선의 이름은 베도라치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쫀득한 식감과 깊은 풍미로 미식가들 입맛을 사로잡으며 비싸게 거래되는 귀한 횟감으로 거듭났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베도라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고급 일식집에서도 이 생선을 메뉴로 내놓는 곳이 늘고 있다.

베도라치는 제주에선 보들래기, 보들락, 버들락, 보들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바위틈이나 조수웅덩이에 숨어 사는 이 생선은 대개 무리 지어 생활한다. 한 구멍을 찾으면 네 마리쯤은 쉽게 잡을 수 있다. 과거엔 낚시꾼들을 성가시게 만드는 잡어 취급을 받았다. 복어와 함께 미끼만 축내는 존재로 여겨졌다. 제주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삿갓조개나 갯지렁이를 미끼로 삼아 베도라치를 낚곤 했지만, 잡아도 먹기보단 던지기 바빴다. 심지어 일부 어민들은 베도라치가 그물에 걸리면 귀찮다는 이유로 바로 버리곤 했다.

그런 베도라치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 년 전부터다. 엄청난 맛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베도라치 회를 맛본 이들은 쫀득하고 기름진 식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버려지던 생선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냐며 찬사를 쏟아낸다. 다금바리 회의 맛이 난다는 반응까지 있다. 특히 제주 현지 횟집에서는 베도라치 회를 얇게 썰어 간장 소스나 고추장 양념과 함께 내놓으며 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에서도 베도라치를 취급하는 횟집이 있다. 가격은 도다리보다 비싸다. 서울의 한 식당에선 한 접시에 7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베도라치의 매력은 단순히 횟감에 그치지 않는다. 소금구이로 요리해도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깊은 풍미를 낸다. 손질은 간단한 편이다. 내장이 적어 위아래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르고 껍질을 잡아당기면 매끈하게 벗겨진다. 점액질과 뻘 냄새를 없애려면 손질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베도라치 생태도 흥미롭다. 이 생선은 한반도 전 해역에 서식한다. 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를 먹는다. 입이 크고, 종에 따라 뱀 같은 송곳니를 가진 녀석도 있다.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생물을 공격하는 성질 덕에 낚시로 쉽게 잡힌다. 몸 색깔이 화려한 종도 많아 해수어항에서 사육되기도 한다. 크기는 5cm부터 1m가 넘는 대형종까지 다양하지만, 낚시로 잡히는 건 대개 중소형이다. 제주 연안에서는 20~30cm 크기의 베도라치가 흔히 잡히며, 이 크기가 회나 구이로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알려졌다.

베도라치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얽혀 있다. 바닷가를 놀이터 삼아 대나무 낚싯대로 노래미, 볼락과 함께 베도라치를 낚던 기억은 세대를 이어 내려온다. 제주 바닷가에서 구멍치기 낚시로 베도라치를 잡는 풍경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바위틈을 노리며 낚싯대를 드리우면 금방 한 마리가 걸리는데, 같은 구멍에서 또 한 마리가 나온다. 낚시꾼들은 베도라치 맛에 감탄하면서 한때 버려졌던 생선이 이렇게 맛이 훌륭할 줄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삿갓조개나 거북손 같은 현지 미끼를 써서 누구나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여름철 제주 바닷가에서는 가족 단위로 베도라치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은 2020년 베도라치를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원료는 식품위생법 제7조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식품원료로 인정받아 식품공전에 등재된 원료만 식품으로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베도라치는 정식으로 식용 생선으로 인정받으며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이 늘어났다. 제주도 내 일부 수산시장에서는 베도라치가 kg당 3만~5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도라치의 인기가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일부 횟집에서도 베도라치를 메뉴로 추가하며 새로운 횟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낚시인들 사이에서도 베도라치는 더 이상 잡어로 취급되지 않고, 잡히면 집으로 가져가 요리해 먹는 생선으로 자리 잡았다.

베도라치 / 폭스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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