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일 발생…악질 보이스피싱범, '이 부부' 만나 붙잡힌 사연

2025-04-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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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시민의 용기로 3억 8천만 원 범죄 저지

‘찰떡 호흡’ 부부 택시기사가 악질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기지로 검거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한때 영화 같은 이야기로만 들리던 ‘시민 신고로 범인 검거’가 서울 도심에서 현실로 일어났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발생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사건을 막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택시기사 A씨 부부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고 15일 밝혔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택시 운전을 하는 이 부부는 지난 3월 19일 평소처럼 생계를 위해 각각 운행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2시쯤, 경기 화성시에서 손님을 태운 아내 C씨에게 남편 A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은 조금 전 택시에 태웠던 승객이 수상했는데, 그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불과 5분 만에 아내의 택시로 갈아탄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이상함을 직감한 아내는 남편에게 인상착의를 물었고, 남편이 묘사한 인물과 자신이 태운 승객이 동일인임을 확인했다. C씨는 이후에도 승객의 태도에서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꼈다. 승객은 목적지를 갑자기 서울 강동구로 바꾸더니, 도착 예상 시간을 초조하게 묻는 등 불안정한 행동을 보였다. 이에 아내는 즉각 남편에게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기사 내용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남편 A씨는 곧바로 112에 연락했고, 택시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경찰에 전달했다. 부부는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계속해서 정보를 공유했고, 경찰은 강동구 도착 직전 해당 택시를 추적해 문제의 승객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조사 결과 승객 B씨는 정부 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미 피해자에게서 수표 3억8천만 원을 받아 이동 중이었으며, 검거되지 않았다면 고액 피해가 그대로 발생할 뻔했다. 경찰은 수표를 압수해 피해자에게 되돌려줬고, B씨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김병주 서울 강동경찰서장(맨 왼쪽)이 지난 14일 강동경찰서 해오름홀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택시기사 A씨 부부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 강동경찰서 제공
김병주 서울 강동경찰서장(맨 왼쪽)이 지난 14일 강동경찰서 해오름홀에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택시기사 A씨 부부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있다. / 강동경찰서 제공

강동경찰서 관계자는 "이 사건은 택시기사 부부의 기지와 협력이 없었다면 검거가 어려웠을 수 있었다"고 전하며 "고액 범죄를 사전에 차단한 매우 이례적이고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병주 강동경찰서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상황을 주시하며 신고한 부부의 판단력과 용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런 민관 공조가 앞으로도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사한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도 함께 당부했다. 특히 수거책이 무작정 현금을 요구하거나 수표를 직접 받으러 오는 경우, 반드시 112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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