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당 무려 1000만원어치의 알을 낳는 진귀한 물고기
2025-04-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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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진미'를 낳는 물고기, 한국에도 있다

캐비어란 식재료가 있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진귀한 식재료다. 까만 보석처럼 생긴 캐비어는 철갑상어가 낳은 알이다. 이 철갑상어가 한국에서도 양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철갑상어가 국내 양식장에서 어떻게 키워지는지 EBS '극한직업'이 최근 방송에서 소개했다.
철갑상어는 무섭게 생긴 생김새와 달리 온순한 성격을 가진 물고기다. 최대 100년 이상 살고 몸길이는 2m를 훌쩍 넘는다. '극한직업'이 찾은 양어장에서 가장 나이 많은 철갑상어는 40~50년 된 개체다. 몸길이 3.5m에 무게는 250kg에 이른다. 거대한 철갑상어를 들어 올리는 데는 성인 남성 다섯 명이 매달려도 쩔쩔맬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이들은 바닥에 붙어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배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양어장 직원들은 매일 이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작은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양어장의 하루는 오전 7시 작업자들이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수질 점검과 물고기 상태 확인이다. 50여 개의 수조를 관리하는 직원은 단 세 명. 이들은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를 육안으로 살피며 뒤집혀 있거나 움직임이 느린 개체를 찾아낸다. 특히 1년 미만의 치어는 예민해 수온과 수질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조의 수위가 25cm 이하로 낮아지면 즉시 물을 채우는 등 세심한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철갑상어의 진가는 바로 알, 즉 캐비어에서 나온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어는 1kg에 200만~300만 원에 거래된다. 양어장에서 캐비어를 채취하는 과정은 숙련된 기술과 인내가 필요하다. 알은 7년째부터 낳을 수 있지만 해당 양어장에서는 품질을 위해 12년 이상 자란 철갑상어에서 알을 채취한다. 한 마리에서 나오는 알은 3~4kg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만 원이 넘는다. 해당 양어장에서 키우는 시베리아 철갑상어의 알은 검붉은 색감을 띠며, 진한 계란 노른자와 비슷한 풍미를 자랑한다.
캐비어 가공 과정은 의외로 단순하다. 알집에서 알을 분리해 하나씩 떨어지도록 한 뒤 세척하고 소금을 첨가한다. 첨가물은 소금뿐이다. 하지만 소금의 종류와 양은 철저한 비밀이다. 이후 정확한 온도와 습도에서 숙성을 거치면 까만 보석 같은 캐비어가 완성된다. 숙성 과정은 김치가 익는 것과 비슷하다고 작업자들은 말한다. 적당히 익었을 때 풍미가 극대화하며, 이 과정에는 12년 이상의 기다림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녹아 있다.
캐비어뿐만 아니라 철갑상어 자체도 고급 식재료로 활용된다. 철갑상어는 회와 지리 형태로도 먹을 수 있다. 붉은 살에 지방층이 노란색을 띠며 육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크기가 있다 보니 방어나 참치처럼 부위별로 모양과 맛도 다르다. 뱃살은 부드럽고, 등살은 단단하며, 꼬리살은 쫄깃하다. 철갑상어 뼈로 끓인 맑은 탕은 ‘천상의 맛’으로 불릴 만큼 깊은 풍미를 낸다. 회와 탕을 만들 땐 주로 1.5~2kg짜리 철갑상어를 사용한다.
양어장에서 철갑상어를 선별하고 출하하는 작업은 고강도 노동이다. 철갑상어는 힘이 세서 그물을 빠져나가려 몸부림치기 일쑤다. 작업자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2kg 내외의 철갑상어를 선별해 그물로 끌어올리지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놓칠 수 있다. 놀란 철갑상어가 벽에 몸을 부딪쳐 다치는 일도 있다.
철갑상어는 점액질인 뮤신을 분비하는데, 이 뮤신은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철갑상어는 물 밖에서 40~50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선 빠르게 물속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출하를 위해 화물차에 실리는 철갑상어는 서울 강동구의 횟집이나 전라북도 고창의 가공 공장으로 향한다. 하루 20마리에서 100마리까지 출하된다.
고창의 한 공장에서는 철갑상어를 고영양식으로 가공한다. 철갑상어와 19가지 한약재를 넣고 120~130도에서 24시간 가까이 끓여 액기스를 추출한다. 이 액기스는 철갑상어를 통째로 사용해 깊은 맛과 영양을 담는다. 공장에서는 캐비어를 활용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캐비어는 고가지만 영양이 풍부해 대중적인 가공품으로 보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