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직전 에어서울 비상문 강제로 연 승객 “폐소공포증 있어”…현행범 체포

2025-04-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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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강제 개방, 폐소공포증의 비극적 순간
제주공항 발 비상사태, 무엇이 승객을 강제로 내몰았나

15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던 에어서울 항공기 내에서 한 승객이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해 비행기가 결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승객은 경찰에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에어서울 여객기 비상구를 강제개방한 승객이 공항경찰대에 인계되고 있는 모습 / KBS
15일 에어서울 여객기 비상구를 강제개방한 승객이 공항경찰대에 인계되고 있는 모습 / KBS

제주경찰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15일 오전 8시 15분쯤 제주공항에서 서울 김포로 갈 예정이던 에어서울 RS902편이 유도로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갑작스러운 비상문 개방 사고가 발생했다.

비상문을 연 30대 여성 승객 A 씨는 비상구석과 떨어진 좌석에 앉아 있었으나,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측 비상문 쪽으로 달려가 문을 강제로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비상문과 연결된 탈출용 슬라이드가 지상으로 완전히 펼쳐졌고, 항공기는 즉시 정지했다.

15일 비상문 개방 사고로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진 에어서울 여객기 모습 / 뉴스1
15일 비상문 개방 사고로 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진 에어서울 여객기 모습 / 뉴스1

목격자인 황 모 씨(47)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승무원이 말리는데도 비상구 문을 열더라"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소동으로 기내에 있던 승객들이 크게 놀랐지만 추가적인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승무원들은 A 씨를 제지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해 공항경찰대에 인계했다. A 씨는 현재 제주서부경찰서로 옮겨져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폐소공포증이 있는데 답답해서 문을 열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실제로 폐소공포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확인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제주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폐소공포증은 좁고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 심리 상태로, 비행기나 지하철, 엘리베이터와 같은 좁은 공간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공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증상이다.

이날 RS902편에는 총 202명의 승객과 7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있었다. 이 사고로 해당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같은 날 오전 11시 35분 출발 예정이었던 김포행 RS904편도 취소돼 약 400명의 승객들이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관계자는 "펼쳐진 슬라이드를 떼어낸 뒤 줄어든 슬라이드 수만큼 인원을 줄여 운항하는 것"이라며 "승객 202명 중 162명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이날 오후 2시쯤 다시 김포로 갈 예정이다. 나머지 40명은 에어서울 측이 연결한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김포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서울 측은 "본사 지침에 따라 결항편 승객들에게 대체 항공편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발이 묶인 승객들은 발권 카운터에서 대체 항공편을 찾거나 결항 관련 안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 KBS News

한편, 이번 사건은 제주공항에서 최근 발생한 두 번째 비상문 관련 사고다. 지난 2월에도 이륙을 준비하던 대한항공 항공기에 탄 승객이 호기심에 비상구 손잡이를 건드려 출발이 1시간 넘게 지연된 바 있다. 당시에는 대테러 용의점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해당 승객은 훈방 조치됐다.

항공보안법은 승객이 항공기 내에서 출입문·탈출구·기기를 조작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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