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왔다가 ‘날벼락’...외국인 관광객이 꼽은 최악의 불만 1위는 바로
2025-04-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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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접수된 불편 사례는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 급증
1543건 가운데 외국인 불편 건수는 1433건으로 전체의 92.9%
중국인도, 일본인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 누구에게나 반가운 여행지지만, 기대 대신 실망을 안고 돌아가는 발걸음도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꼽은 ‘한국 여행의 가장 큰 불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설문조사 결과가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불만은 다름 아닌 '바가지요금'이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간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불편 신고접수센터에 접수된 불편 사례는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543건 가운데 외국인이 제기한 불편 건수는 1433건으로 전체의 92.9%를 차지했으며, 내국인의 신고는 110건(7.1%)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관광객의 불만이 1022건으로 전체의 66.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는 단순히 문화 차이나 일회성 불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고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쇼핑'(398건)으로 전체의 25.8%를 기록했다. 쇼핑 관련 불만은 구체적으로 가격 시비가 23.1%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불친절(22.6%), 환불 및 제품 교환 요청(14.6%) 등이 뒤를 이었다. 가격 시비는 이른바 '바가지요금'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체감 불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본 관광객 A 씨는 치킨 가게에서 5만 3000원 상당의 포장 주문을 했음에도, 카드 청구 금액이 무려 55만 3000원이 찍혀 있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단순 실수로 보기에는 과도한 차이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가격 기만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택시 역시 대표적인 불만 항목이었다. 총 309건(20.0%)이 접수돼 전년 대비 81.8% 증가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당요금 징수 및 미터기 사용 거부(60.2%) △운전사 불친절(10.4%) △난폭운전 및 우회운행(8.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호주 관광객 B 씨는 심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용산구 호텔까지 택시를 이용했는데, 운전기사가 고의로 우회 운행을 하면서 요금이 10만 6100원까지 불어났다고 증언했다. 이는 일반적인 심야 할증 요금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숙박 관련 불만 신고도 258건(16.7%)으로 전년 대비 81.7% 증가했다. 주요 내용은 △시설 및 위생관리 불량(34.5%) △예약 취소 및 위약금 관련 문제(24.4%) △서비스 불량(18.2%) 등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개별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소규모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문제가 빈번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같은 불만 증가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여행사를 제외한 다양한 접점에서 불편 사항이 발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개별 관광에서 불만 접수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일부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도의 경우, 바가지요금 논란이 지속되자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9일 업종별 권장가격 도입과 가격 불만 신고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관광불편신고센터를 통해 가격 불만 신고를 체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권장가격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며 관광물가에 대한 일원화된 소통 창구 마련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약 1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은 글로벌 관광지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 사례가 반복된다면 관광산업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한 관광정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위한 구조적 개선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