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한 줄 알아야…굉장히 잘못됐다” 전문가가 욕한 뜻밖의 서울 관광명소

2025-04-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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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물, 과연 성공적인 도시 개발인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굉장히 잘못된 부분(개발)이다."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앞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자료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도시개발 전문가의 이 거친 한마디는 서울 한복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겨냥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적 건축가의 이름, 유려한 곡선의 외형,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한 이 독특한 건축물이 일각에서는 '최악의 관광명소'로 불리고 있다. 서울의 자랑이었던 공간이 어쩌다 전문가들에게는 '예산 낭비의 상징' '도시 맥락을 무시한 구조물'로 비판받고 있는 걸까.

DDP는 2014년 개관 이후 서울의 패션·디자인 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서울패션위크, 디자인 위크, 각종 전시와 문화행사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곡선미를 강조한 네오퓨처리스틱 양식으로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외형 뒤에는, 도시의 맥락과 현실을 놓친 구조적 한계와 설계 결함에 대한 날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최근 SBS 스브스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 '교양이를 부탁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컨트리뷰터로 활동 중인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하버대대 도시계획부동산 박사)는 DDP는 '잘못된 개발'이라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DDP에는 애초 800억 원이던 예산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 48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고, 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DDP 실제 수익 구조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세금으로 만든 구조물이라면 최소한 연 2% 수익은 나야 한다. 그런데 그런 수준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DDP 자료사진. / Oscar Espinosa-shutterstock.com
DDP 자료사진. / Oscar Espinosa-shutterstock.com

김 교수는 DDP 내부 설계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관은 화려하지만, 내부는 비선형 구조로 인해 대형 행사를 치르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라는 이미지는 있지만, 그 공간 안에서 오래 머물며 소비를 유도할 만한 동선과 기능은 부족하다고 김 교수는 "사람들이 사진만 찍고 그냥 떠난다. 주변에서 소비를 연결할 유인도 없다"고 주장했다.

DDP 건립으로 인해 과거 동대문운동장이 가진 역사성과 지역 상권 공동체 문화가 급격히 해체됐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동대문운동장은 1925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 스포츠 시설이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 공간은 설계적 상징성 없이 철거됐고, 그 자리에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은 지역의 정체성과 단절된 채 존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이어진다. 개발 이후 노점상과 자영업자들이 밀려났고, 상권은 단기간 유동인구 증가를 경험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실과 쇠퇴를 겪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동대문 상권을 살리겠다던 대형 프로젝트가 오히려 활력을 죽였다는 비판은 일부에 그치지 않는다.

DDP 자료사진. / Chalermpon Poungpeth-shutterstock.com
DDP 자료사진. / Chalermpon Poungpeth-shutterstock.com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DDP 운영 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DDP의) 처음 예산은 800억원이었는데, 땅값 빼고 5000억원이 더 들어갔다. 땅값까지 더하면 그건 2조원짜리'라는 전문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재단 측은 "당초 자하하디드 추정공사비는 3441억원이었으며 최종 공사비는 4212억원"이라며 "2007년 8월 설계 당선자인 자하하디드 추정공사비 3441억원 제시했고, 2014년 3월. 건물 규모 증가 및 문화재 발굴·보전으로 최종공사비 4212억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소유로 별도의 토지매입비가 들지 않았으며, DDP 토지가격은 현재 기준 5721백만원(25년 개별 공시지가 적용)"이라고 부연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위치. / 구글 지도

뿐만 아니라 'DDP에서 사진만 찍고 그냥 간다. 사진도 찍고 그 주변에서 쇼핑도 하고 놀아야 하는데' 등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재단 측은 DDP는 쇠퇴하는 상권에 지역 방문 인구 유입 등 활성화에 기여 중이라고 밝혔다. DDP 주변 상권 공실의 핵심 이유는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흐름 이동, 중국 저가 패션제품 대량 수입, 시대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는 업계의 한계 등이라고 선 그었다.

재단 측은 "15개 도소매 상가 중 공실율 70% 이상은 3개(도매 2개, 소매 1개)이고, 동대문 슈퍼패스 운영 등 동대문 지역 상권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며 "인기 관광지인 DDP 방문객이 동대문공원역 상가의 주요 고객"이라고 해명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DDP는 연간 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디자인 관광 성지로 지난해 6월 누적방문객 1억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연간 최대방문객 1729만명을 달성했다.

유튜브, 교양이를 부탁해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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