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통령제,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독특한 방식
2025-04-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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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단임제’ 채택한 나라는 10곳 불과

6·3 조기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각 나라가 리더를 뽑는 방식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부터 총리, 왕, 여왕까지 각 나라는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리더를 뽑아 나라를 운영한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을 뽑아 5년 동안 딱 한 번만 일하게 한다. 이 같은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처럼 대통령이 5년 동안 일하고 재선 없이 물러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는다.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이런 단임제를 쓰는 나라는 10곳 남짓에 불과하다. 멕시코는 대통령이 6년 동안 단 한 번만 일할 수 있다. 이는 100여 년 전 포르피리오 디아스가 30년 넘게 집권한 아픈 역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규칙이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는 4년, 파나마와 엘살바도르는 5년 단임제를 운영한다. 과테말라도 4년 단임제로, 대통령이 연속해서 다시 뽑힐 수 없다. 이런 나라들은 권력이 한 사람에게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헌법으로 제한을 두었다. 이렇게 단임제를 쓰는 나라는 주로 중앙아메리카나 아시아 일부 지역에 몰려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통치 방식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다. 전 세계 나라의 70~80% 정도가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방식을 쓴다. 대통령제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아서 나라의 큰 결정을 내리게 하는 시스템이다. 대통령은 군대를 지휘하고 법을 집행하며, 국회와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4년 중임제다. 대통령이 4년 임기를 최대 두 번까지 보낼 수 있다. 국민 의지를 정기적으로 반영하면서도 권력이 한 사람에게 너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맞춘다.
의원내각제는 독일, 일본, 캐나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 볼 수 있다. 이 방식에서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고 국회의원들이 다수당을 바탕으로 총리를 정한다. 대통령이나 왕은 주로 상징적인 역할만 한다. 일본엔 왕이 있지만 실제로 나라를 운영하는 건 총리와 국회다. 의원내각제의 특징은 국회의원들 의견을 빠르게 정부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비슷한 비율로 나뉘어 있지만, 의원내각제가 살짝 더 많은 나라에서 쓰인다.
입헌군주제는 또 다른 독특한 방식이다. 영국, 스페인,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나라엔 왕이나 여왕이 있다. 다만 이들의 권한은 헌법과 국회에 의해 크게 제한된다.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은 상징적인 존재다. 실제로 나라를 이끄는 건 총리와 의회다. 이런 입헌군주제는 전 세계 나라의 약 15% 정도에서 볼 수 있다. 반면 절대군주제를 시행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오만 같은 나라에선 왕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다. 이런 나라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아시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치 방식이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카자흐스탄은 대통령제를 쓴다.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선택하고 있다. 부탄, 캄보디아, 브루나이엔 왕이 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나 국회에 있다.
한국처럼 5년 단임제를 쓰는 나라는 아시아에서도 드물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대통령이 6년 단임제를, 인도네시아는 5년 임기를 두 번까지 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를 기준으로 보면 호주, 캐나다, 독일 같은 25개국이 의원내각제를, 미국, 멕시코, 칠레 같은 5개국이 대통령제를 쓴다.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정부제를 쓰는 나라는 6개국이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국민이 직접 뽑지만, 총리는 국회에서 지지를 받아야 해서 두 리더가 서로 협력하거나 때로는 경쟁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대통령은 4년 임기를 최대 두 번, 즉 8년까지 보낼 수 있다. 1789년 헌법을 만들 때부터 권력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 결과다. 국민이 직접 투표로 뽑아서 대통령의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브라질도 비슷하게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두 번까지 할 수 있지만 의회와의 협력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프랑스 같은 나라는 준대통령제를 쓴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총리는 국회에서 나온다. 만약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당에 속하면 ‘동거 정부’가 돼서 정치가 복잡해질 때도 있다. 러시아나 포르투갈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이런 혼합형 시스템은 대통령의 권한과 의회의 권한을 적절히 나눠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짧지만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처음 뽑히면서 대통령제가 시작됐다. 당시에는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제였다. 1952년에는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재선 제한이 없어서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1960년에는 잠깐 의원내각제를 시도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대통령제로 돌아갔다. 1970년대 유신체제에서는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졌다. 1987년 국민의 힘으로 직선제와 5년 단임제가 도입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단임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해서 정치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다.
세계 각국의 통치 방식은 마치 퍼즐 조각처럼 제각각이다. 어떤 나라는 대통령이 강한 리더십으로 이끌고, 어떤 나라는 총리와 의회가 중심이 된다. 왕이 상징으로 남은 나라도 있고, 국민의 투표가 모든 걸 결정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의 5년 단임제는 많은 퍼즐 속에서 독특한 한 조각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개헌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국가의 행정권뿐 아니라 인사권, 군 통수권,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사실상 독점하는 까닭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급변하고, 행정부가 독주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권에선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특히 국회는 입법 기능에 비해 행정부 견제력이 약하고, 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사실상 보조 역할에 그쳐 내각제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권한 분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권력 구조 개편, 즉 분권형 개헌에 대한 요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한을 나누는 이원정부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주요 후보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최근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특위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방분권 확대, 권력기관 견제 강화, 국무총리 실질적 권한 부여 등 다양한 방안이 함께 검토되며 헌법 체계 전반에 대한 재설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통치 구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대통령 1인 권력’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