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폈는데...4월 편의점서 이례적으로 매출 '55.7%' 폭증한 상품
2025-04-15 11:23
add remove print link
4월 이례적 '꽃샘추위' 전국 강타하면서 겨울 특수 맞은 편의점
지난 12∼14일 사흘간 전주 대비 매출 55.7% 급등 '이례적'
4월 중순, 전국이 벚꽃으로 물든 가운데 편의점 업계는 예상치 못한 ‘겨울 특수’를 맞았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이례적인 꽃샘추위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한동안 매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방한용품과 따뜻한 간편식·음료 매출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 날씨를 기대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한 소비자들이 갑작스레 찾아온 한기 앞에 대응 용품을 즉시 구매하면서 나타난 소비 패턴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핫팩 매출이 전주 동기(4~6일) 대비 무려 30.0% 증가했다.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외출객들이 즉석에서 몸을 녹이기 위해 편의점을 찾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핫팩을 중심으로 타이즈(18.7%), 양말(16.7%), 장갑(11.1%), 귀마개(10.2%) 등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판매되는 방한용품들의 매출도 줄줄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의류 및 소품뿐 아니라 간식과 음료에서도 ‘역계절 소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CU에 따르면 군고구마 매출이 19.0% 늘었고, 따뜻한 국물 간식인 국·탕·죽·찌개류도 10.9% 증가했다. 컵라면은 16.5% 증가하며 다시 한번 편의점 대표 ‘추위 음식’의 면모를 보여줬다. 온장고에서 판매되는 꿀물(15.4%), 쌍화차(12.5%), 두유(13.5%) 등의 전통 보양 음료도 골고루 매출이 늘었으며, CU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 ‘겟(GET) 커피’의 따뜻한 음료도 20.6% 증가하며 훈풍을 탔다.
GS25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핫팩을 포함한 방한용품 매출이 전주 대비 55.7% 급등했고, GS25의 커피 브랜드 ‘카페25’의 핫메뉴 매출도 29.1% 증가했다. 날씨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김밥(21.2%), 국물 컵라면(20.5%), 한방음료(16.7%), 감기약(10.4%) 등도 동반 상승하며, 꽃샘추위가 만든 소비 풍경을 보여줬다.
CU 관계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지난 주말, 전국 점포에서는 점포 전면에 핫팩과 온장 음료를 배치하며 동절기 상품의 노출을 강화했다”며 “CU는 자체 점포 운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전국 가맹점에 전달하고, 이에 맞춰 진열과 물류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역계절 소비’ 현상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변화로 계절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상기후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 행동 역시 더욱 민감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 중이나 야외 활동이 많은 계절에는 편의점이 실시간 날씨 변화에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꽃샘추위는 4월 중순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기온 하락 현상으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곳곳에 강풍과 함께 눈과 우박까지 동반되며 초겨울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특히 일교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근접하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추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더 낮았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이번 강추위의 원인으로 ‘절리저기압(cut-off low)’을 지목했다. 이는 북극에서 남하한 찬 공기가 남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충돌하며 대기 불안정을 극도로 높인 특수한 기상 구조로, 상층 대기에는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가 자리하고 지상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머물면서 상하층 간 온도 차가 40~50도에 달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눈, 우박, 돌풍, 천둥·번개가 뒤섞인 복합적인 기상 현상이 관측됐다.

이 절리저기압이 발생하기에 앞서 중위도 대기 상층에서는 ‘블로킹’ 현상이 먼저 포착됐다. 블로킹은 고기압과 저기압이 한자리에 정체하면서 제트기류가 남북 방향으로 흐르게 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며 절리저기압 형성을 돕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한반도 전역에 때아닌 기온 급락을 초래했다.
기상청은 이번 꽃샘추위가 16일(화) 아침까지 이어지고 이후에는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5일까지는 일부 지역에 눈이나 비가 남아 있을 수 있어,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운 구간이 많을 수 있는 만큼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인 만큼 건강 관리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5일 아침 최저기온은 -1도에서 7도, 낮 최고기온은 13도에서 17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4도에서 16도, 대구는 5도에서 17도, 부산은 7도에서 17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평년보다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기온 변동성이 클 수 있어 옷차림에 유의하고, 기온 변화에 민감한 농작물이나 시설물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