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당 가격이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천차만별인 한국인 최애 식재료
2025-04-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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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면 원래 없던 영양성분이 새로 생기는 한국인 애정 식재료

표고버섯은 깊은 향과 쫄깃한 식감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고급 식재료다. 수백 년의 역사를 품고 한국의 식탁 문화를 풍요롭게 채워온 귀한 존재다.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섬세한 풍미와 풍부한 영양으로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표고버섯의 가치와 풍미를 탐험해본다.
표고버섯은 주로 밤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같은 활엽수의 죽은 나무에서 자란다. 한국, 일본, 중국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드물게 소나무나 삼나무 같은 침엽수에서도 자라지만 표고버섯의 진짜 보금자리는 활엽수다. 봄부터 가을까지 10~25℃의 온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비가 내린 뒤 습한 환경에서 싹튼 자실체가 자라 표고버섰이 된다. 갓은 지름 6~10cm 정도로 둥글고, 회갈색 표면에 솜털 같은 비늘이 덮여 있다. 안쪽은 희고 촘촘한 주름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표고버섯은 오래전부터 사랑받는 식재료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토산품으로 기록돼 있으며, 동의보감에는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정신을 맑게 하고 입맛을 돋운다”고 적혀 있다. 학명은 ‘Lentinula edodes’. ‘부드럽다’는 뜻의 Lentinula와 ‘먹거리’를 뜻하는 edodes에서 왔다. 이름처럼 표고버섯은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으로 누구나 즐기기에 좋다.
재배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에서는 1936년 톱밥종균 기술이 처음 시도됐고, 198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한국에서도 원목 재배가 널리 퍼졌는데, 참나무나 밤나무를 1m 길이로 잘라 종균을 심은 뒤 습한 환경에서 키운다. 실패율이 낮아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요즘은 톱밥 배지를 이용한 재배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배지가 많이 쓰인다. 원목 재배는 5~6년 동안 꾸준히 버섯을 얻을 수 있기에 경제적인 재배법이다.
한국인에게 표고버섯은 친숙한 존재다. 된장국, 육수, 볶음, 장조림까지 다양한 요리에 빠지지 않는다. 특히 말린 표고버섯은 생버섯보다 감칠맛이 강해 육수 내는 데 제격이다. 말린 표고버섯은 생버섯과 완전히 다른 영양을 자랑한다. 표고버섯을 말리면 수분이 빠지면서 영양소가 농축된다. 생표고버섯의 수분 함량은 약 90%에 달하지만, 말린 표고버섯은 수분이 10% 이하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이 농축돼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표고버섯을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D 함량이 크게 증가한다. 표고버섯에 함유된 에르고스테롤이라는 성분이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2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비타민 D2는 뼈 건강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표고버섯을 건조하면 세포벽이 파괴되고 효소 작용이 활발해져 글루탐산과 같은 감칠맛 성분이 응축된다. 따라서 말린 표고버섯은 생표고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풍미를 자랑한다. 특히 구아닐산이라는 핵산 분해 물질이 생성돼 감칠맛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혈압 조절과 근육 기능에 유익한 칼륨도 100g당 420mg에서 100g당 약 1500mg으로 크게 늘어난다. 섬유질도 농축돼 소화와 장 건강에 기여한다. 말린 표고버섯의 베타글루칸 함량도 생버섯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베타글루칸은 면역력 강화와 항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다당류다. 에리타데닌 같은 콜레스테롤 저하 성분 역시 건조 후에도 손실되지 않고 유지돼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단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 C처럼 열에 약한 성분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말린 표고버섯은 영양 밀도가 훨씬 높아 적은 양으로도 풍부한 영양을 제공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표고버섯은 각광받는다. 중국에서는 송이버섯 다음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명나라 때부터 약재로도 쓰였다. 일본에서는 시이타케라는 이름으로 초밥, 우동, 덮밥에 자주 등장한다. 서양에서는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구워서 스테이크 곁들임으로 즐긴다. 특히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고기 같은 질감 덕에 인기가 높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표고버섯 가루를 천연 조미료로 쓰기도 한다.
요리법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식 표고버섯 볶음은 간장, 마늘, 참기름으로 간을 해 쫄깃한 반찬으로 완성된다. 일본식으로는 버터에 구워 간장 한 방울을 더해 간단하면서도 풍미 깊은 요리가 된다. 중국에서는 닭고기와 함께 볶아 깊은 맛을 낸다. 생으로 먹을 때는 얇게 썰어 샐러드에 버무려도 좋고, 말린 표고는 물에 불려 탕이나 스튜에 넣으면 국물이 진해진다. 맛은 향긋한 내음과 고기 같은 풍미가 어우러져 부드럽고 달콤하다. 말린 표고는 감칠맛이 더욱 강해지고 송이버섯처럼 나무 향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표고버섯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못난이 제품'의 경우 생표고를 1kg에 2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지만, 고급 백화고(흰색 표고버섯)의 경우 생표고도 1kg에 35만원이 넘는다. 고급 건조 백화고 1kg당 가격은 5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산에서 표고버섯을 채취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표고버섯은 화경버섯이라는 독버섯과 비슷하게 생겼다. 화경버섯은 어두운 곳에서 희게 빛나지만 오래된 건 빛이 없어 구분이 어렵다. 채취할 때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안전하다. 또 생으로 많이 먹으면 소화가 어려울 수 있으니 적당히 조리하는 게 좋다.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처음 먹는 사람은 소량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