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160만원짜리도... 한국의 모든 식재료 중 가장 비싼 초호화 먹거리
2025-04-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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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 많은 사치 식재료
15일 영덕군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해 지난달 25∼26일 영덕군으로까지 퍼진 산불로 영덕읍, 지품면, 축산면, 영해면 일대 송이버섯 산 4137㏊가 탔다.
이 같은 송이버섯 산 피해는 영덕 전체 피해면적(8050㏊)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영덕 송이 주산지인 지품면 삼화1리, 삼화2리 일대 국사봉, 지품면 옥류리, 영덕읍 화천리 일대 산림이 모두 불에 탔다.
피해를 입은 산의 경우 영덕 송이버섯 채취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영덕군은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 송이버섯 산지 명성이 산불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산이 불에 타면 30년 이상 송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2년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진에서는 송이 채취량(산림조합 공판물량 기준)이 전년도(1만 2159㎏)의 4분의 1 수준인 3227㎏으로 급감한 바 있다.
소나무 숲에서 특유의 향기를 뿜으며 자라는 송이버섯은 자연이 인간에게 건네는 최고의 보물 중 하나다. 산속 깊은 곳에서 소나무 뿌리와 얽혀 자라는 송이는 그 향기와 맛, 그리고 희소성으로 예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송이버섯은 버섯의 제왕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의 식탁을 장식했고, 중국 사신마저 탐내던 진상품이었다.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동아시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오늘날에도 그 값어치와 독특한 솔향은 여전히 사람들을 매혹하며, 한국의 가을철을 대표하는 사치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와의 공생 관계 속에서 자란다. 주로 적송림이나 잣나무가 우거진 숲, 낙엽이 쌓인 지표면에서 군집을 이루며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에서는 태백산맥을 따라 경북과 강원이 주요 산지로 꼽힌다.
경북이 전국 송이 생산량의 70~90%를 차지하는데, 영덕군과 울진군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두 지역은 해마다 1, 2위를 다투는데, 풍작일 때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지기도 한다.
강원은 양양군, 삼척시, 고성군 같은 동해안 영동 지방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북이 흉작이면 생산 비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특히 양양 송이는 대한민국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 1호로 등록될 만큼 명성이 높다. 남쪽으로는 경남 거창군이나 포항시에서도 소량 생산된다. 전국 평균 생산량은 약 280톤 정도. 수확량은 날씨와 환경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송이가 자라려면 소나무 나이가 30~40년쯤 되어야 하고, 지중 온도가 19.5℃ 이하로 떨어져야 자실체가 형성된다. 온도가 14~24도를 2주간 유지해야 성장에 이상이 없으며, 31도를 넘으면 균사가 죽고, 14도아래로 떨어지면 성장이 멈춘다. 강수량도 적당해야 한다. 9월에 꾸준히 비가 내려야 잘 자라지만, 너무 습하면 썩어버린다. 토양은 통기성이 좋은 마사토가 적합하며, 화강암이 풍화된 흙과 상쾌한 숲 환경이 최적이다. 중국 동북부와 남부, 대만, 일본, 유라시아, 북미에도 분포하지만, 동아시아가 핵심 산지로 꼽힌다. 특히 일본은 소나무재선충으로 소나무 숲이 줄어든 까닭에 소량만 나오고 있다. 대부분 수입해서 먹는다.
송이버섯은 생으로 즐길 수 있다. 송이버섯 본연의 향과 식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손으로 길게 찢어 참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함을 만끽할 수 있다.
구이도 환상적이다. 가장 간단한 조리법이다. 약한 불에 살짝 구워 소금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불향이 어우러져 송이버섯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갓은 말캉말캉하고 줄기는 아작아작하다.
송이버섯밥으로 만들어도 송이버섯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송이버섯을 잘게 썰어 밥과 함께 지으면 향긋한 풍미가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특별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간장 양념장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송이버섯을 얇게 썰어 밀가루와 계란 옷을 입혀 부쳐내면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송이버섯전도 맛볼수 있다.
국물 요리에도 자주 쓰인다. 맑은 국물에 모시조개나 가쓰오부시, 다시마와 함께 끓이면 송이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조선시대 음식디미방에는 만두, 잡채, 대구 껍질 느르미에 송이를 넣는 양반가 레시피가 실려 있다. 현대에는 라면에 자투리 송이를 넣어 끓이기도 하는데, 적은 양으로도 향이 살아 평범한 라면을 특별하게 만든다. 소고기와 함께 굽는 속설이 있지만, 향이 충돌해 서로의 맛을 해친다는 의견이 많다. 차라리 소고기 육수에 송이를 넣은 국물 요리가 낫다는 말이 있다.
송이는 일본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사랑받는다. 일본에서는 산삼에 비견될 만큼 진귀한 식재료로 여긴다. 도빙무시라는 주전자찜이 대표적이다. 도기 주전자에 다시 국물, 송이, 은행, 해산물이나 닭고기를 넣고 푹 끓여 국물을 먼저 마시고 건더기를 건져 먹는다. 갯장어와의 조합은 특히 뛰어나 송이 요리 중 최고로 친다. 구이, 송이밥, 오마카세 초밥으로도 즐기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가정에서는 드물고 고급 요리점에서 주로 접한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소나무 숲 감소로 생산량이 급감한 까닭에 현재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 귀함이 드러난다. ‘짱구는 못말려’에서는 가족이 송이를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도라에몽’에서는 진구 엄마가 송이를 보고 화를 풀 정도로 묘사된다. ‘아따맘마’에서는 엄마가 송이를 사오자 가족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중국에서도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 5년(1423) 8월 21일 중국 사신이 송이를 요구한 바 있다. 그만큼 귀한 선물이었다.
북한은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때 칠보산 송이를 선물했고,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도 보냈다.
북미, 터키, 히말라야 고원, 중국 서남부에서도 비슷한 종이 생산되지만, 동북아처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서양에서는 트러플이 송이와 비슷한 위상을 갖는다.
송이버섯의 가격은 그 희소성과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렇더라도 산삼 등 약용 재료를 제외하면 무게당 가격이 한국에서 난 것 중 가장 비싼 식재료임에는 분명하다. 지난해엔 강원 양양군에서 거래된 송이 1등급품의 ㎏당 공판 가격이 160만원으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156만 2000원이었던 전년에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두 해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기후변화로 생장 환경이 나빠져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공판 가격이 이 정도라면 소비자들은 300만원 이상에 구입해야 한다. 보통은 특상품의 경우 공판 입찰가로 kg당 50만~60만 원 선이다. 소비자가는 두세 배 뛰어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산지에서는 갓이 상하거나 작은 하급품을 kg당 수십만 원에 팔기도 하지만, 작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2018년 김정은이 보낸 2톤 송이는 시세로 15억 원, kg당 75만 원 수준이었다.
일본에서 한국 송이는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한국산이 중국산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말 비싼 송이는 무게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상상을 초월한다. 2023년 기준 일본 고급 시장에서 최상급 송이 하나(약 100g)가 수만 엔에 거래됐다. kg당 100만 엔(약 10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송이버섯은 그 귀함과 까다로운 생태로 여전히 신비를 간직한다. 한국과 일본 연구진이 감염 묘목으로 소량 생산에 성공한 사례를 보고했지만 대량 생산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3년 일본 연구팀이 송이 게놈 해독에 성공하며 기대가 커졌지만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 2020년 IUCN은 송이를 취약종으로 지정하며 멸종 위기를 경고했다. 소나무재선충, 벌채, 환경 악화로 소나무 숲이 줄어드는 탓이다. 채취도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허가 없이 캐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국립공원에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송이 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에 산주는 24시간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