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끝판왕인데… 한국에선 수산물 전문가들조차 기피한다는 '물고기'
2025-04-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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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 물고기
수산물 전문가들조차 기피한다는 ‘단백질 끝판왕’ 물고기가 있다.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널리 소비되지만, 위생 관리가 미흡한 일부 양식장과 과거 ‘도미회’로 속여 팔린 탓에 한국에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틸라피아다.

틸라피아는 중앙아프리카 나일강이 원산지인 민물고기로, 시클리드과에 속한다. 몸길이는 보통 30~40cm 정도로, 은빛 비늘과 납작한 몸통이 특징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해 열대와 아열대 지역의 강, 호수, 연못에서 주로 산다.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 담수뿐 아니라 약간 짠 바닷물, 심지어 산소가 적거나 오염된 물에서도 잘 산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세계 각지에서 양식업의 중심이 됐다.
틸라피아는 최소 4000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등장할 정도다. 나일강 주변에서는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활용됐고, 성경에는 ‘베드로의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언급된다.
20세기 이후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로 퍼졌고, 1940년대 대만이 싱가포르에서 들여와 품종 개량을 시작했다. 현재는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양식량은 약 600만 톤에 달한다.
틸라피아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고, 암컷은 한 번에 100~2000개의 알을 낳는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 양식에선 수컷만 키우는 경우가 많다. 대만에서는 95% 이상 수컷만 자라도록 유도하는 양식 기술도 개발됐다. 틸라피아는 알을 입으로 품어 보호하는 ‘구강 부화’ 방식으로 번식한다. 새끼가 위협을 받으면 다시 입안으로 데려오는 모습도 관찰된다.
틸라피아를 둘러싼 논쟁 중 하나는 위생 문제다. 2013년 한 국내 매체가 대만 양식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당시 대만 수산청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틸라피아는 HACCP, ISO22000 등 국제 위생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대만산 틸라피아에서 약물이나 세균이 검출된 사례는 없다. 단, 민물고기 특성상 기생충 우려가 있을 수 있어 회로 먹을 땐 신뢰할 수 있는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역돔’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며, 도미로 속여 파는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2000년대 초반, 뷔페나 일식당에서 ‘도미회’로 제공된 생선이 사실 틸라피아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졌다.
과거 미국 조사에서도 도미로 표기된 생선의 34%가 틸라피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한국에는 주로 대만산 냉동 필레 형태로 수입되며,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 1kg당 2만~3만 원에 판매된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랑받으며, 이집트나 우간다에선 튀김 요리로 즐겨 먹는다.
맛은 담백하고 부드럽다. 기름진 풍미는 없지만, 퍽퍽하지 않아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100g당 지방 함량은 2~3g이고, 단백질은 23~28g 정도라 다이어트 식단에 자주 포함된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조리 전 레몬즙이나 생강즙에 30분 정도 재워두면 잡내를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선 소금과 후추로 간해 구이로 먹거나,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전으로 부쳐 먹는다. 광동식 생선찜도 인기다. 필레 500g에 굴 소스 3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설탕 1큰술, 맛술 1큰술을 섞어 뿌린 뒤 파채 50g을 얹고, 180도로 달군 기름 3큰술을 끼얹으면 완성이다.
미국에서는 오븐구이로 즐겨 먹는다. 레몬즙 2큰술, 녹인 버터 1큰술, 마늘 가루 1작은술로 양념해 190도 오븐에서 20분간 구우면 완성이다. 아프리카에선 통째로 튀겨 맵거나 짠 소스에 찍어 먹는다.
섭취 시 주의할 점은 '위생'이다. 양식 환경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커 원산지와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중국산 틸라피아의 비위생 논란 이후, 미국에서도 원산지 표기를 엄격히 확인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냉동 필레는 해동 후 즉시 조리해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회로 먹는다면 최소 -20도에서 24시간 이상 냉동 처리된 제품을 선택해야 기생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야생 틸라피아는 번식력이 강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호주와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외래종 문제로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한국은 겨울 추위 탓에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렵지만, 발전소 온수가 배출되는 지역 근처에서는 일부가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틸라피아는 영양 성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100g당 110~130kcal로 칼로리로,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다. 철분과 오메가-3 지방산도 소량 포함돼 빈혈이나 심혈관 건강에 일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할 경우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주 2~3회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틸라피아는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널리 소비되는 생선이다. 하지만 과거 위생 문제에 여러 차례 휘말렸고, 양식 환경이 업장마다 크게 달라 일부 수산물 전문가들은 기피를 권장하기도 한다. 위생 관리가 잘된 틸라피아라면 여러 방식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