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선 너무 비싸 못 산다… 현재 일본인들이 한국까지 와서 사 간다는 식재료
2025-04-1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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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보다 약 2배 정도 더 저렴해
일본에서 쌀값이 급등하면서 한국에서 쌀을 구매해 돌아가는 일본인의 사연이 알려졌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해외에서 쌀을 구매해오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분위기다.

■ 쌀값 폭등 일본
지난 6일 일본인 A 씨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한국에서 쌀을 구매한 후 일본으로 들고 돌아간 경험을 올렸다. 중년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필리핀 세부 여행을 마친 뒤 한국을 경유하는 일정에서 서울 시내 마트에 들러 백미 4kg, 현미 5kg을 직접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의 미션은 쌀을 사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일본 쌀값이 너무 올라서 한국에 온 김에 사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 씨가 밝힌 가격 차이는 상당했다. 일본 내 쌀값은 10kg 기준 약 8000엔, 우리 돈으로 약 8만 원에 이르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양을 3000엔 약 3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순 계산만 해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귀국 후에는 직접 구입한 쌀 사진까지 공유했다. 그는 “무사히 쌀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나처럼 해외에서 쌀을 사 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쌀값 상승세는 가파르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소매상에서 판매되는 쌀 5kg 평균 가격은 4206엔으로, 전주보다 10엔 오른 수치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2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일본 쌀값은 현재까지 13주 연속 상승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쌀값 급등의 원인으로 이상기후를 지목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고 이로 인해 유통량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수요가 늘어난 외식업계가 공급난에 직면하면서 도매가와 소비자 가격 모두 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여름부터 이어진 흉작과 관광객 유입으로 쌀 수급이 타이트해졌다고 전한 바 있다.
쌀을 공급하는 도매업체와 이를 사용하는 음식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미곡상연합회가 지난해 4~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쌀집의 85%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80%는 재고 부족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고 30%는 실제로 공급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자 감소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비료값 인상, 노동력 감소, 정부의 생산 조정 정책 등도 쌀 생산 여건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 정반대의 한국 상황
일본과 달리 한국은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쌀 의무수입 제도로 인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됐고 소비 감소까지 겹치면서 생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충청남도의회는 지난 8일 제35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쌀 의무수입 즉각 중단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에는 국내 쌀 시장 보호와 농민 생존권 확보를 위해 쌀 의무수입을 중단할 것과, 식량 주권과 국민 건강을 위한 쌀 품질·안전성 강화 정책 추진이 포함됐다.
도의회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쌀 의무수입이 한국 농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에 따른 의무수입으로 해마다 수십만 톤의 외국산 쌀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방한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유입된 의무수입 쌀은 약 40만 8700톤으로, 전체 국내 쌀 생산량의 약 11.4%에 해당한다. 같은 해 국내 초과 생산량은 5만 6000톤에 불과했지만 수입량은 이를 7배 넘어서 공급 과잉과 쌀값 폭락을 초래했다.
여기에 국민들의 쌀 소비량 감소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1994년(120.5kg)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쌀 재배 면적을 8만 헥타르, 전체의 약 12%까지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농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재배 면적 감축이 결국 농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상이변이나 병충해 등의 돌발 변수 발생 시 급격한 재배 면적 축소는 쌀 생산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심각한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쌀을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정반대 현실이 더욱 대조적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