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돼지 먹이로 줬는데…지금은 한국 연예인들도 찾아먹는 '반전 매력' 식물

2025-04-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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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에서 한국 연예인들도 찾는 인기 식재료로 변신

최근 한국에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물이 있다. 울퉁불퉁한 외형과 특유의 향 때문에 과거 유럽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현대에 들어 그 영양학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연예인들까지 찾는 인기 식재료로 탈바꿈했다. 그 주인공은 '뚱딴지'라고도 불리는 '돼지감자'다.

돼지감자 / Kirlikedi-Shutterstock.com
돼지감자 / Kirlikedi-Shutterstock.com

엉뚱한 이름 뒤에 숨겨진 역사

돼지감자의 또 다른 이름은 '뚱딴지'다. 원래 뚱딴지는 엉뚱한 행동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 혹은 우둔한 사람을 일컫는 단어로도 쓰인다.

이 독특한 '뚱딴지'라는 이름의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설에 따르면 땅속 뿌리줄기의 생김새가 울퉁불퉁하고 제각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 해바라기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꽃과 달리 뿌리줄기가 너무도 엉뚱하게 생겨서 붙었다는 설, 강한 번식력으로 아무데서나 잘 자라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 등이 있다.

'돼지감자'라는 이름 역시 독특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감자 모양의 덩이줄기 형태로 열매를 맺지만, 과거에는 하찮게 여겨져 주로 돼지의 사료로 사용되었다. 연하고 단맛이 나는 특성이 있으나, 얇은 껍질 때문에 금방 시들고 속이 파삭해져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식물의 영문명은 '예루살렘 아티초크(Jerusalem Artichoke)'로 꽤 멋진 이름을 가졌지만, 이 또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돼지감자는 예루살렘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유럽의 불로초'라 불리는 아티초크의 일종도 아니다.

이는 이탈리아어로 해바라기를 의미하는 '지라솔레(girasole)'를 영어권 사람들이 잘못 발음하여 '예루살렘'으로 와전된 것이다. 또한 특유의 향과 식감이 아티초크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감자와는 다른 과(科)의 식물

돼지감자라는 이름 때문에 감자의 일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식물이다. 감자가 가지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인 반면, 돼지감자는 국화과 해바라기 속에 해당하는 덩이줄기다.

학술적 분류로 따지면 돼지감자는 감자보다 해바라기에 더 가까운 식물이다. 감자는 키 60~100cm 정도의 하얀 꽃을 피우는 데 비해, 돼지감자는 1.5~3m까지 자라며 해바라기와 비슷한 노란 꽃을 피운다.

노란색 돼지감자 꽃 / iMarzi-Shutterstock.com
노란색 돼지감자 꽃 / iMarzi-Shutterstock.com

강인한 생명력의 귀화식물

돼지감자는 병해충에 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놀라운 생명력을 자랑한다. 4~5월에 파종해 11월부터 수확하며, 겨울철 추위도 견뎌내 이듬해 3월부터 다시 수확할 수 있다. 농약 없이도 잘 자라 무농약 재배가 가능한 친환경 작물이다.

순 우리말인 '뚱딴지'와 '돼지감자'라는 이름 때문에 토종 작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다. 북미 원주민들이 재배하던 이 작물은 15세기 유럽에 전파되었고, 중국을 거쳐 17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귀화식물이다.

유럽의 비호감에서 한국의 인기 식품으로

유럽에서는 돼지감자가 오랫동안 비호감 식재료였다. 1600년대 유럽에 소개된 직후에는 단맛과 번식력 때문에 인기를 끌었지만, 소화 시 복부 팽만감을 유발해 결국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주로 동물 사료나 기근 시 구황작물로만 사용되었으며, 노동자들의 음식으로 여겨졌다.

한국전쟁을 겪은 70대 이상의 한국인들에게도 돼지감자는 배고픔을 달래던 추억의 먹거리로 기억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영양학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못생긴 외모와는 다른 '반전 매력'을 가진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땅에서 나는 천연 인슐린' 돼지감자의 놀라운 효능

돼지감자가 새롭게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게의 15~20%가 '이눌린'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눌린은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며, 일반 감자보다 무려 75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어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히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이눌린은 소화액에 분해되지 않는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무해한 성분이다. 덕분에 돼지감자는 칼로리가 거의 없고,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돼지감자는 100g당 철분이 연어의 약 5배, 칼슘이 표고버섯의 약 7배에 달한다. 마그네슘과 칼륨은 김과 미역의 약 8배가 함유되어 있으며, 다양한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하다. 이런 성분들은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는 천연 유산균 증식제를 함유한 대표적인 채소이기도 하다.

경남 산청읍 정광뜰 약초재배단지에서 농민들이 당뇨에 효능이 좋다고 이름 난 돼지감자 수확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경남 산청읍 정광뜰 약초재배단지에서 농민들이 당뇨에 효능이 좋다고 이름 난 돼지감자 수확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돼지감자...차로 마시면 특히 좋아

돼지감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지만, 차로 우려서 먹으면 특히 좋다고 알려졌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시원한 우엉과 비슷한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생으로 섭취하기 쉽지 않아서 익히거나 졸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조리하면 단맛이 강해지고 향이 진해져 더욱 매력적인 식재료가 된다. 다만 익히면 영양소 효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돼지감자를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아삭한 식감을 살린 장아찌로 섭취하는 것이 추천된다. 특히 차로 마시면 이눌린 성분 함량이 58% 증가하여 효능이 더욱 좋아지고, 과다 섭취 시 발생할 수 있는 소화 불량 같은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천덕꾸러기에서 한국 연예인들도 찾는 건강식품으로

과거 '돼지나 먹을' 천덕꾸러기 식물로 취급받던 돼지감자는 이제 그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서 약용식물이자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에 출연한 배우 이상우는 강원도 홍천의 장인 소유 밭에서 직접 돼지감자를 채취해 요리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생명력이 좋다. 그래서 다른 거 심으려면 다 캐야한다"라고 돼지감자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상우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돼지감자를 손질하며 "식감이 감자보다는 무에 가까워서 생으로 먹어도 좋다고 하더라"라고 소개했다.

유튜브, KBS Entertain

이처럼 돼지감자는 과거의 비호감 이미지를 벗고, 이제는 건강에 관심 있는 현대인들과 연예인들이 찾는 '반전 매력'의 식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천연 인슐린이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이 식물은 앞으로도 건강식품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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