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암컷' 스스로 성전환…요즘 다이버들에게 인기폭발인 신비의 '물고기'

2025-04-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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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가치가 커 보호가 필요한 해양 생물로 분류된 생명체

다이버들 사이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 물고기가 있다. 생김새도 특이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성별을 바꾼다는 점이다.

자료사진. / randi_ang-shutterstock.com
자료사진. / randi_ang-shutterstock.com

그 주인공은 바로 '리본장어'다. 화려한 외형과 희귀한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신비의 물고기'라 불리는 이 생물은 특히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해역에서 자주 발견된다.

리본장어는 모래뱀장어류에 속하는 종으로 인도-태평양 전역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뿐 아니라 동아프리카, 일본 남부, 호주,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다양한 해역에서 서식하며, 주로 산호초나 석호의 모래 바닥에 굴을 파고 생활한다. 얕은 수심부터 60m 깊이까지 서식하는 이들은 낮에 활동하며 작은 물고기와 갑각류를 사냥한다. 뱀처럼 길고 가느다란 몸체에 화려한 등지느러미, 부채처럼 퍼진 콧구멍, 그리고 턱 밑 돌출부가 특징이다. 전체 길이는 최대 130cm에 달한다.

하지만 리본장어의 진짜 매력은 '색'으로 표현되는 생애주기에 있다. 이들은 유어기에는 몸 전체가 검정색이고 등지느러미만 노란색이다. 이후 몸길이가 약 65cm를 넘어서면 성체 수컷으로 성장하면서 짙은 청색 몸에 노란 얼굴과 지느러미를 갖게 된다. 그렇게 수컷으로 살아가던 리본장어는 특정 시점이 되면 스스로 성을 전환해 암컷으로 바뀐다. 이때 몸은 전체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성전환이 완료되면 번식에 돌입한다.

이러한 '성전환'은 일방향이다. 리본장어는 수컷에서 암컷으로만 성이 전환된다. 놀래기, 앵무고기처럼 암컷에서 수컷으로 바뀌는 종과는 반대 방향이다. 이 성전환은 단기간에 이뤄지며, 암컷으로 살아가는 시기는 평균 한 달 정도로 매우 짧다. 이 때문에 자연에서 암컷 리본장어를 목격하는 일은 드물다. 암컷이 되는 시점에는 몸길이가 보통 95cm 이상으로 커져 있어, 완전히 성장한 개체만이 종족 보존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자료사진. / Gialdini Luca-shutterstock.com
자료사진. / Gialdini Luca-shutterstock.com

리본장어는 모계 중심적 군락 구조를 형성하며, 유전적 다양성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성전환이라는 진화적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색맹이기 때문에 색 변화가 짝짓기 신호로 작용하지는 않으며, 본능적으로 수컷이 스스로를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생식 주기를 이어간다. 흥미롭게도 두 마리의 성체 수컷이 한 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경우도 보고됐는데, 이는 성 전환의 시기를 조절하거나 군락 내 역할을 나누는 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리본장어는 '식용'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일부 뱀장어류는 혈액에 독성을 포함하고 있어 생식 시 위험할 수 있으며, 리본장어 역시 독성 여부는 불확실하나 외형적 희귀성과 사육의 어려움으로 인해 식품보다는 관상용 혹은 연구 대상으로 더 가치가 크다. 특히 포획돼 수족관에 옮겨졌을 경우 대부분 한 달 이내에 폐사하는 사례가 많아 애완용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반면 자연 서식지에서는 2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장수종으로, 해양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의 중간 위치를 차지하며 균형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산호초 환경에서 서식하는 리본장어는 그 자체로 생태적 가치가 크며, 보호가 필요한 해양 생물로 분류되고 있다.

리본장어의 화려한 생김새, 드문 생태적 특성, 스스로 성을 바꾸는 독특한 생애 주기 등은 다이버들 사이에서 이 물고기를 '꼭 보고 싶은 생명체'로 만들었다. 짧은 시간만이 허락된 암컷 리본장어의 모습은 보기 힘든 만큼, 한 번이라도 마주친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스스로를 바꾸며 생존과 번식을 이어가는 리본장어는 바다 속 생물 다양성의 상징이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화를 이어온 자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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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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