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훌쩍 넘는 연봉이 저렴해 보이는 대기록...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선수

이 정도 활약이면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가 헐값이라고 할 만하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2루타와 함께 내셔널리그(NL) 장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선두를 차지했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맹활약을 이어가며 팀의 역사적인 원정 승리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를 주도했다. 뛰어난 타격감을 보여주며 양키스의 강력한 투수진을 상대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2루타 8개로 이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홈런 2개를 추가하며 장타율은 0.704로 치솟아 NL 1위에 올랐다. 이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코빈 캐롤(0.698)을 근소한 차이로 제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는 양키스의 강타자 애런 저지(0.750)에 이어 2위다. 또한 출루율(0.426)과 장타율을 합친 OPS는 1.130으로 NL 1위, MLB 전체 2위(저지 1.228)에 자리 잡았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52(54타수 19안타)로 상승하며 타율 부문에서도 2위로 도약했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서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양키스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6구째 시속 138㎞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그는 이 공을 오른쪽 담장 너머로 보내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일 마수걸이 홈런 이후 이틀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이어 1-3으로 뒤진 6회초 1사 1, 2루에서는 로돈의 5구째 시속 131.5㎞ 커브를 받아쳐 우월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경기는 4-3으로 뒤집혔고, 샌프란시스코는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입단 후 첫 연타석 홈런이자 한 경기 2홈런을 달성했다.

이정후의 활약은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 로돈을 상대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 시즌 16승을 거둔 로돈은 이날 이정후에게 홈런 2개를 허용하며 패배의 쓴맛을 봤다. 로돈이 한 경기에서 왼손 타자에게 홈런 2개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정후는 로돈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커브를 정확히 공략하며 자신의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 시즌 어깨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던 이정후는 이번 양키스와의 3연전에서만 홈런 3개를 터뜨렸다. 이는 그의 MLB 데뷔 시즌 전체 홈런 수를 이미 넘어선 기록이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타격 정밀도와 파워를 동시에 과시하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후의 맹활약 덕에 샌프란시스코는 양키스 원정에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 팀은 MLB 인터리그 경기가 도입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양키스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3경기 중 2승 이상)를 달성했다. 이정후는 경기 내내 중심 타선에서 팀의 공격을 이끌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MLB 공식 홈페이지는 이정후를 이 경기의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으로 선정했다. 양키스와의 치열한 맞대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팬과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정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팀이 승리하고 원정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온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가 오고 추운 날씨에서 경기한 게 처음이었는데, 상대 팀도 같은 조건이라 정신력을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날씨와 상관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며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612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7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600만 달러(약 228억 원), 2026년과 2027년엔 2200만 달러(약 314억 원), 2028년과 2029년 205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