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합의하에 사퇴...” 한국 축구계 안타까운 '결별' 소식 전해졌다
2025-04-1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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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으로 시즌 9경기 만에 지휘봉 내려놓아
올 시즌 K리그에서 물러난 첫 번째 사령탑
프로축구 대구FC의 박창현 감독이 결국 팀을 떠났다. 올 시즌 9경기 만에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며 대구와의 짧지만 굵었던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구FC는 지난 13일 울산 HD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5 9라운드 홈 경기를 마친 뒤, 박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상호 합의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박 감독은 2025시즌 K리그1에서 처음으로 중도 하차한 사령탑이 됐다.
구단은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이어진 성적 부진과 팀 분위기 회복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새로운 리더십 아래 팀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후임 감독 선임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의 퇴진 배경에는 대구의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대구는 이날 울산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리그 6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현재까지 2승 1무 6패(승점 7)로 12개 구단 중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순위표 아래에는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박창현 감독의 취임 자체는 많은 기대와 상징성을 안고 있었다. 2024년 4월 대구의 제14대 사령탑으로 공식 부임한 박 감독은 홍익대학교 축구부를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력과 함께 포항 스틸러스 코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체질 개선과 리빌딩이라는 중책을 맡아왔다. 구단은 박 감독이 가진 철학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새로운 시작을 함께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박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역시 팀은 리그 11위에 머무르며 정규리그에서 9승 13무 16패, 승점 40에 그쳤고, 결국 K리그2(2부) 충남아산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끝에 가까스로 1부 리그에 잔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이번 시즌에도 이어졌다. 대구는 개막전 승리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수비 불안과 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며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특히 최근 6경기 연속 패배는 구단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키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구는 선수단 내 주요 부상자 발생과 전술 완성도 미비,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이질감 등 복합적인 문제를 겪으며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박 감독은 다양한 전술 실험과 로테이션을 시도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대구는 지난 시즌에도 개막 7경기 1승 3무 3패 부진 끝에 당시 최원권 감독이 자진 사퇴한 전례가 있어, 이번 박 감독의 사퇴는 팬들로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대구의 감독 교체 주기가 잦고, 장기적인 팀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당분간 팀은 수석코치인 서동원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대구 구단은 “서동원 수석코치가 후임 감독 부임 전까지 임시로 지휘봉을 잡고 팀을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박 감독이 그동안 보여준 헌신과 열정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남은 시즌 팬들에게 더 나은 경기력과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창현 감독은 사퇴가 결정된 이날 울산과의 경기 종료 후 관중석 앞에 다가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감사했다"고 짧은 작별 인사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아쉬움과 격려의 반응이 이어졌다. “박창현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능동적인 대구 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독님의 미래도 응원하겠습니다”, “박창현 감독님, 많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강등될 뻔한 팀을 구해주시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신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박창현 체제 대구는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힘든 시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1부 잔류도 성공했고 개막전 승리도 봤고 감독님이 이끌어주신 공격 축구 덕분에 즐거운 시간도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등, SNS와 팬 커뮤니티를 통해 진심 어린 메시지가 쏟아졌다.
박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활약했으며, 2010년 5월부터 약 7개월간 감독 대행을 맡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정식 프로팀 감독으로는 대구가 첫 사례였다. 프로 지도자로서의 첫 도전이 아쉽게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마무리되면서, 그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