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은퇴 선언'…30년의 여정 마무리한다
2025-04-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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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동계올림픽 선발전 마친 뒤 은퇴 선언
스케이트 선수 곽윤기(35)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곽윤기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1000m 예선에서 탈락했다. 대표팀 선발에 실패한 뒤 취재진과 만나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 30년 동안 이어온 여정을 여기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발전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었으며, 곽윤기는 1, 2차 선발전 랭킹 포인트 합계 5점으로 11위에 머물렀다. 대표팀은 상위 8명까지 선발된다.
곽윤기는 "은퇴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는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윤기는 쇼트트랙에 대해 "공간을 바꾸는 매력을 가진 종목"이라고 표현했다. 경기장을 무대처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이번이 21번째 선발전이었다. 나 다운 모습, 좋은 기술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12일 경기에서 그 부분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윤기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대표팀에 다시 승선하지 못했다. 그는 "베이징 대회 이후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라는 믿음으로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타났고, 그들과의 경쟁 속에서 굴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고양시청을 떠난 뒤 선발전을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속팀에서 나온 후에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보장되지 않은 승부에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2014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는 곽윤기는 "여기까지 온 것은 동기 이정수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정수가 지난해 국가대표가 되면서 동기부여가 됐다. 나는 '나이가 많다'는 핑계를 댔지만, 정수가 ‘나이는 숫자’라는 걸 증명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선발전이 끝난 뒤 정수가 '못 다한 힘을 주겠다'며 손을 잡아줬고, 2차 선발전에서는 정수 몫까지 뛰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고교생 임종언(노원고)이 종합 1위를 차지했고, 대학 2학년생 신동민(고려대)이 3위에 올라 대표팀에 합류했다. 곽윤기는 "후배들과 경쟁하며 속상함과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고, 기다리던 보물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트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금메달을 많이 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후배들이 한국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앞으로는 팬으로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의 원동력을 묻자 곽윤기는 "진실, 성실, 겸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세 가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팬들이 자신을 핑크색 머리카락, 인코스 추월의 달인 등으로 기억해준 것을 언급하며 "여러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어 후련하다"고 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 ‘꽉잡아 윤기’를 운영 중인 곽윤기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후배들이 성장하는 걸 보며 버텼다. 이제는 쉬고 싶다.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 비워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