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는 옛말…고물가 시대에 50년 1위 '새우깡' 제친 가성비 '한국 과자'
2025-04-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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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물가에 '국민 과자' 새우깡 제쳐
고물가 속 소비자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 제조사 브랜드 중심이던 시장 흐름이 유통사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제품은 대형 유통사가 기획·제조를 맡아 자체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상품으로, 외부 제조사가 만든 브랜드 제품(NB, National Brand)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고 기획·출시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최근 편의점, 대형마트, 온라인 플랫폼 등이 PB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쿠팡, 무신사, CU, GS25는 물론 홈플러스,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PB 상품을 확대하며 기존 브랜드 제품을 압박하고 있다. 기획력, 가격 경쟁력, 트렌드 반영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PB 상품은 이미 주요 품목에서 NB 매출을 넘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분야에서 나타났다. 50년 넘게 1위를 지켜온 농심 ‘새우깡’은 연 매출 1007억 원을 기록하며 대형마트·편의점의 PB 과자 매출 1034억 원에 밀렸다. 새우깡은 매출 하락과 가격 인하가 동시에 영향을 줬다. 농심은 오는 17일부터 새우깡 가격을 1500원으로 다시 올릴 계획이지만, 이탈한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도 2023년 매출 790억 5700만 원을 기록하며 롯데웰푸드 ‘월드콘’(790억 9000만 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옥수수수염차’ 역시 동원F&B의 ‘보성홍차’에 역전당했다.
쿠팡은 곰곰, 탐사, 코멧, 비타할로 등 다양한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며 식품, 생필품, 뷰티 전반에서 연간 1조 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다. 협력 중소 제조사 수도 2019년 160곳에서 2023년 550곳, 2024년 2월 기준 630곳 이상으로 늘었다. 이들 제조사는 쿠팡 PB 납품을 통해 매출은 물론 고용도 확대 중이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에 진출했고, 유통망을 백화점까지 넓혔다.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무신사 스탠다드는 2030 세대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무신사는 2023년 연간 거래액 4조 5000억 원, 매출 1조 2427억 원, 영업이익 1028억 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도 PB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U는 ‘득템 시리즈’, GS25는 ‘리얼프라이스’, 이마트24는 ‘상상의끝’, 세븐일레븐은 ‘착한 시리즈’ 등을 통해 생필품은 물론 식품, 안주류, 패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리얼프라이스’ 시리즈로 500억 원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CU의 PB 상품 매출은 2022년 16.0%, 2023년 17.6%, 2024년 21.8%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PB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가성비 선호에 더해 유통사의 빠른 기획과 유연한 트렌드 대응력 때문이다. 유통사는 전통 제조사보다 짧은 주기로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할 수 있어 최신 소비 흐름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중소 제조사와 협업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새로운 콘셉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홈플러스는 PB 브랜드 ‘심플러스’를 ‘메가PB’로 선언하고 봄 제철 스낵 4종을 출시했다. 출시 13일 만에 20만 봉지 판매를 기록하며 반응이 뜨거웠고, 연말까지 ‘심플러스’ 전체 라인업을 2000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MZ세대를 겨냥한 PB 패션·뷰티 브랜드 ‘세븐셀렉트’를 선보였다. 티셔츠, 양말 등 데일리 패션 제품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지역 맞춤형 콘셉트 매장 ‘뉴웨이브’ 운영을 통해 소비자 경험 중심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 소비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유통업계 전반에 ‘PB와 같은 소비자 중심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성비 제품을 찾는다”며 “제조사도 가격 인상보다 기획력과 콘셉트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