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참패 후 대반전...공개 직후 '넷플릭스 1위' 오른 한국 영화
2025-04-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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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34만 명 기록한 흥행 참패 한국 영화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1위 갈아치우며 '대반전 흥행'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34만 명에 그쳤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뜻밖의 반전을 만들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극장 흥행 실패의 아쉬움을 안방극장에서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11일 개봉한 영화 ‘대가족’(감독 양우석)이다. ‘변호인’과 ‘강철비’ 시리즈로 잘 알려진 양우석 감독이 처음으로 정치가 아닌 ‘가족’과 ‘일상’에 집중한 작품으로, 사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한 가족극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개봉 당시 극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대가족’은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343,060명을 기록하며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작비는 약 92억 원, 손익분기점은 260만 명으로 알려져 있어, 사실상 극장 수익만으로는 흥행 실패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승기, 김윤석,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등 다채로운 출연진과 양우석 감독의 연출력이 결합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영화는 개봉 한 달 만인 2025년 1월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쿠팡플레이, U+모바일tv, 웨이브, 왓챠, 애플TV 등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에는 지난 11일 처음 업로드됐으며, 불과 하루 만인 12일부터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1위 자리를 차지하며 예상치 못한 흥행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3일 오전 10시 기준 넷플릭스 TOP10 영화 순위는 ‘대가족’이 1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이 2위, ‘소방관’ 3위, ‘베놈: 라스트 댄스’ 4위, ‘계시록’이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더 이퀄라이저 2’, ‘노 굿 디드’, ‘더 이퀄라이저’, ‘줄스’ 등이 10위권에 포진해 있다. 넷플릭스 내에서 ‘소방관’, ‘계시록’ 같은 경쟁작들을 제치고 하루 만에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영화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이승기)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김윤석)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고,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 코미디 영화다.
이 작품의 서사는 단순한 가족 코미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자수성가형 노포 만둣집 ‘평만옥’의 사장 무옥(김윤석)은 승려가 되어 가문을 잇지 않겠다는 외아들 문석(이승기) 때문에 근심이 깊다. 그러던 중 갑자기 등장한 손주들이 “문석이 아빠”라고 주장하면서, 무옥은 생전 처음 느끼는 가족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출가한 아들이 다시 과거와 마주하고, 평온하던 일상이 뒤흔들리는 이야기 전개는 관객에게 웃음과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작품은 네이버 기준 평점 7.88점을 기록했다. 영화 ‘대가족’ 관람객들은 “김윤석 연기는 명불허전”, “울다 웃다 한 영화 안에 이런 따뜻함이… 만둣국 먹고 싶은 감동 깊은 영화”, “영화 보면서 울고 나온 거 오래간만…”, “왜 대가족인가 했더니 이래서 대가족이었구나를 느끼고, 아빠에게 무뚝뚝하게 대했던 나를 반성해 본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어 더 좋았음”, “제목 그대로 가족이 생각나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네요”, “부모님도 보여드려야지…”, “MSG 하나 안 쓴 재료 본연의 맛으로 우려낸, 화려하지 않은 몇가지 고명으로 멋을 낸 그런 영화” 등 호평을 쏟아냈다.

특히 이승기는 극 중 함문석 역을 맡아 승려 역할을 위해 연기 인생 최초로 삭발에 도전했다. 이승기는 “좋은 시나리오와 김윤석 선배, 양우석 감독의 연출은 삭발을 하게 하는 데 어떤 고민조차 없게 했다”며 “오히려 영화 촬영 후 생각보다 머리가 잘 자라지 않아 고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상징적인 순간 중 하나로 꼽히며, 이승기의 연기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대가족’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오랜 시간 국내 영화계에서 묵직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던 양우석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오히려 OTT 플랫폼이라는 공간에서 더 넓은 대중과 만나 공감을 자아냈다는 해석이 있다. 극장에서는 흥행 요소로 작용하지 못했던 ‘일상성’과 ‘잔잔함’이 OTT 시청자층에겐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무거운 주제 대신 휴머니즘과 세대 간 갈등,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유대의 회복이라는 주제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장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대가족’이 넷플릭스를 통해 제2의 생명을 얻은 셈이다. 관객 수 30만 명대에 머물렀던 영화가, 안방극장에서 한국을 넘어 해외 시청자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대가족' (About Family, 2024)
개봉: 2024.12.11.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코미디
러닝타임: 1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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