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붕괴 현장서 극적 구조된 20대 굴착기 기사… 소방대원 “살아서 우리랑 나가자”
2025-04-12 17:28
add remove print link
구조대원 “지하 30m서 얼굴 마주 보고 울컥”
“지하 30m에서 요구조자 얼굴을 마주 보곤 울컥했다. ‘살 수 있다. 반드시 퇴근시켜드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13시간 넘게 고립돼 있던 20대 굴착기 기사 A 씨가 12일 오전 4시 27분경 구조됐다. 중앙 일보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잔해더미 아래에서 밤샘 구조 작업을 벌인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특수대응단 이준희(42) 소방장은 구조 직후 인터뷰에서 “잘 버텨주셔서 감사하다. 우리가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소방서에 따르면 A 씨의 생존 반응이 최초로 확인된 것은 전날 오후 5시 16분경이다. 구조대는 소리가 들리는 위치를 좁혀가며 접근을 시도했지만, 무너진 도로에서 토사물이 계속 쏟아져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광명소방서 홍건표 화재예방과장은 같은 날 오후 8시 현장 브리핑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중장비와 구조대 투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발견된 시점은 오후 10시 16분경이었다. 당시 A 씨는 의식이 또렷했고 구조대와 육성으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상태였다. 이 소방장은 “뒤통수가 보일 때부터 ‘어떻게 구조해야 할까’라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약 200㎏에 달하는 콘크리트 상판은 크레인을 이용해 치웠고 구조대는 삽과 호미를 동원해 흙을 파내며 접근했다. 전선을 잘라가며 땅속으로 진입하는 과정을 거쳐 A 씨와 직접 접촉할 수 있었다.
A 씨는 웅크린 자세로 고립돼 있었고 두 다리와 허리까지 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구조가 진행되면서 점차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고 구조대원들은 장화를 칼로 찢어 다리를 꺼내는 방식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압박 해소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A 씨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했으며 담요와 초콜릿 우유를 제공하며 체온과 당 수치를 유지하도록 도왔다. 이후 구급대원이 크레인을 타고 현장에 내려가 수액을 투여했다.
이 소방장은 의식이 흐려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름이 뭐냐, 몇 살이냐, 친구 관계는 어떠냐” 등의 질문을 하며 A 씨에게 정신적 지지를 이어갔다. 구조 후 이 소방장은 “(A 씨가) 처음에는 ‘언제 가요? 언제 가요?’라고 반복하다가 구조가 진행되자 ‘저 살 수 있는 거죠?’라고 묻더라”며 “당연히 살아서 우리랑 나가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침내 A 씨는 오전 4시 27분경 크레인을 타고 구조됐고, 다행히 큰 외상 없이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잔해더미 밖으로 나왔다. 현재는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소방장은 2012년 소방공무원으로 입문해 지금까지 구조대원으로 활동해왔다. 가평, 용인소방서를 거쳐 경기도 소방학교에서 구조기술 교관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 특수대응단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2020년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당시 생존자 3명을 구조한 경력이 있으며, 지난해 화성 아리셀 화재, 올해 2월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교량 붕괴사고에서도 구조 활동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장은 “신경이 바짝 곤두설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얼굴을 마주 본 젊은 20대 청년이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말에 힘이 났다”며 “고립된 상황에서도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현재도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실종 상태인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노동자 1명을 찾기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김태연 경기도 특수대응단장은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비 예보가 있지만 실종자 한 분도 꼭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인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이던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수사 및 안전 점검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