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생소한 '유럽의 불로초'…버리는 게 더 많지만 한우보다 비싼 채소
2025-04-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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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 돼지감자 등과 비슷하지만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 채소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양배추처럼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 사려면 한우보다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슈퍼푸드가 있다. 바로 '아티초크'다.

아티초크는 고대부터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채소로 알려져 왔다. 지중해 연안에서 기원한 아티초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고대 로마의 귀족들은 소화 기능을 돕고 간을 보호하는 식물로 아티초크를 귀하게 여겼다. 아티초크의 건강 효능은 현대에 이르러 과학적으로 입증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티초크에는 시나린(cynarin)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 성분은 담즙 분비를 촉진해 지방 소화와 해독 작용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도 풍부해 체내 염증을 줄이고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아티초크는 ‘유럽의 불로초’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건강식품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아티초크의 맛은 독특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쌉쌀한 풍미가 조화를 이룬다. 식감은 부드럽고 섬세하며 잎을 떼어내 속에 해당하는 '아티초크 하트'만 먹는 방식으로 즐긴다. 잎은 상당히 질겨 먹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이 유사한 채소로는 돼지감자나 우엉, 방풍나물, 양배추가 있는데 이들 역시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티초크를 찌거나 삶아 올리브유와 레몬즙, 허브를 곁들여 간단히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파스타나 리소토, 피자, 타르트 등 일반 요리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아티초크를 염지 고기, 페페론치노, 멸치, 올리브 등과 함께 올리브오일에 절인 전채요리 안티파스토로 즐기거나 튀겨서 간식처럼 먹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아티초크 주요 생산국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이집트 등이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는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재배국이다. 유럽의 슈퍼마켓에서는 아티초크 하나에 약 1~2유로 수준, 한화로 약 1500원에서 3000원 사이로 판매되고 있어 일반적인 채소처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티초크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재배 기술도 제한적이어서 하나에 2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에 거래된다. 한우 등심이 100g당 5500원 정도 한다면 아티초크는 100g당 7000원을 호가한다. 국내에서는 한우보다 비싼 채소로도 유명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시험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제주는 기후와 토질이 지중해와 유사해 아티초크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생산량이 아직 적고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 유지가 어려워 유통이 제한적이다. 수요 대비 공급 역시 현저히 부족해 고가가 형성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부 고급 식당이나 건강식품 전문점에서만 한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아티초크의 뛰어난 건강적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1994년 'Phytomedicine'에 게재된 한 논문에서는 아티초크 추출물이 담즙 분비 증가에 영향을 미쳐 소화 불량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아티초크잎은 질겨서 사람들이 잘 안 먹고 버리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잎도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탁월한 건강적 효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Phytother Res'에 게재된 논문에는 아티초크잎 추출물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환자들의 간 기능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나와 있다. 2004년 'The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도 아티초크잎 추출물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아티초크가 혈압 조절, 소화 기능 개선, 면역력 강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다양한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됐다.
아티초크를 맛있게 즐기고 싶다면 간단한 조리법을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우선 아티초크의 겉잎을 떼고 끝부분을 잘라낸 뒤 레몬을 넣은 물에 30분 정도 삶는다. 삶아진 아티초크는 속의 부드러운 심지(아티초크 하트)를 중심으로 손으로 겉잎을 떼어낸다. 잎 부분은 치아로 긁어 먹을 수 있다.
여기서 이탈리아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삶은 아티초크 위에 올리브오일, 다진 마늘, 레몬즙, 소금, 후추, 파슬리를 곁들여 오븐에 살짝 구워 낸다. 바삭한 빵이나 치즈를 곁들여 에피타이저로 즐기기 좋고 남은 아티초크는 리소토나 파스타에 넣어 활용하면 감칠맛 나는 요리가 된다.

아티초크는 그 독특한 맛과 건강 효능, 그리고 유럽의 전통적인 식문화 속에서 얻은 명성 덕분에 현대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채소다. 국내에서도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재배 기술의 발전과 유통 시스템의 정비가 이뤄진다면 대중적인 채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비싸고 희귀한 식재료로 여겨지지만, 언젠가는 국내 식탁에서도 아티초크를 보다 친숙하게 만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