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는 '생태계 교란종'인데… 한국서는 일부러 심기까지 한다는 식물
2025-04-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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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번식력으로 외국서는 제거 대상… 한국서는 수질 정화의 왕
물 위를 덮으며 생태계를 위협해 일명 ‘악마의 잡초’라고 불리는 식물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일부러 심기까지 할 정도로 대접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부레옥잠이다.
■ 악마의 식물 부레옥잠
부레옥잠은 원산지가 남아메리카 아마존 유역인 외래 식물로, 국내에는 주로 여름철 연못이나 논, 하천 등에서 발견된다. 공기주머니처럼 부푼 잎자루 덕분에 수면 위에 떠 있을 수 있으며 뿌리를 통해 물속의 영양분과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부레옥잠의 꽃잎은 총 5개인데 그중 하나의 꽃잎만 마치 붓으로 그린 듯 특별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봉황의 눈 같다고 해 '봉안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여름철 하천이나 연못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 '부레옥잠'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원산지뿐 아니라 각국 생태계에 큰 피해를 끼쳐왔다. 세계 5대 잡초 중 하나로 불리는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레옥잠이 생태계에 끼치는 연간 피해는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3,124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부레옥잠은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한 줌만 있어도 순식간에 호수 전체를 덮을 만큼 빠르게 자라며 그 위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빽빽하게 뒤엉킨다.
문제는 그 뒤에 숨어 있다. 수면을 뒤덮은 부레옥잠은 햇빛을 가려 수중 식물의 광합성을 막는다. 이는 산소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수중 생물들이 죽어나간다.
연못, 강, 호수는 물론 바다로까지 퍼지며 어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한다. 이런 이유로 생태학자들은 부레옥잠의 확산을 마치 전염병처럼 '감염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부레옥잠의 이런 특성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제거 대상 식물로 불리기도 한다.
■ 한국서는 수질 정화의 왕… 부레옥잠
한국에서 부레옥잠은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생태계 파괴자가 아닌 수질 정화의 도우미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기후다.

한국의 겨울은 부레옥잠에게 치명적이다. 추위에 약한 부레옥잠은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럽게 전멸한다. 번식력은 강하지만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탓에 다음 해를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부레옥잠은 질소, 인,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수질 개선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기후를 역이용해 봄부터 가을까지 부레옥잠을 일부러 하천과 강에 풀어 수질을 정화하고 겨울이 되면 죽은 부레옥잠을 수확해 비료로 재활용한다.
또 보랏빛 꽃과 둥글고 넓은 잎으로 관상용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집에서 반려 식물로 키우기도 하거나 정원에 심는 경우도 많다.
본래 여러 해 살이인 부레옥잠이 한국에선 겨울을 견디지 못해 일종의 한 해살이처럼 된 셈이다. 즉 한국에서는 부레옥잠이 통제 가능한 상태에서 좋은 효과만 얻을 수 있는 식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같은 식물이라도 기후와 환경, 활용 방식에 따라 존재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부레옥잠 키우기
부레옥잠을 키우기 위해서는 햇빛이 잘 드는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4시간 이상 직사광선이 드는 곳에서 잘 자라며 빛이 부족할 경우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성장이 더뎌질 수 있다.

물의 온도는 20~30도 사이가 가장 적합하며 여름철 실외 환경에서는 별도의 온도 조절 없이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다만 부레옥잠은 추위에 매우 약해 겨울철에는 자연상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실내로 들이거나 따뜻한 환경으로 옮겨야 한다.
수조나 화분에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1~2주 간격으로 물을 교체해주면 부레옥잠이 흡수한 오염물질이 제거되고 뿌리의 상태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 간혹 뿌리가 지나치게 길게 자라면 가위로 일부 잘라줘도 좋다.
다만 부레옥잠은 번식력이 매우 강한 식물이기 때문에 개체 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햇빛과 수분만 충분하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개체가 생겨 수면을 뒤덮을 수 있기에 정기적으로 솎아내야 물속 산소 농도 유지와 미관에도 도움이 된다.
식물 전문가들은 “부레옥잠은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수생식물이지만 빠른 번식 속도를 고려해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